털 뽑힌 암탉 왜그런가 했더니......

2009. 3. 4. 18:12사진 속 세상풍경

예전에 유람선 사업을 하다 지금은 소일거리로 건축일을 하는 분이 계신다. 예전부터 일과 연관이 있어 가끔 만나곤 했는데 지금은 작은 사무실을 차려놓고 한쪽 귀퉁이에 강아지와 닭들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커피 한 잔 마시러 오라는 전화에 그곳에 가보니 제법 넓은 주차장 부지에 컨테이너로 된 사무실을 차려놓고 업무를 보고 있었다.
냄새나게 웬 닭을 키우냐고 했더니 심심해서 소일거리로 시작했는데 날마다 알을 낳는 덕분에 계란은 실컷 먹을 수 있다며 자랑이 대단했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닭장으로 가보았다. 암놈이 여덟마리에 수놈이 두 마리 있었다. 오른쪽 구석에서는 닭이 알을 낳는지 연신 울어 댔다.


가운데 있는 수탉이 대장이고 왼쪽의 작은 수탉이 두번째인데 서로 암탉을 두고 싸움이 대단하다고 했다. 동물에 서열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닭들이 서열싸움이 이렇게 치열한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암탉의 등에 털들 빠진 암탉들이 보였다. 시뻘건 맨살이 드러난 암탉을 보고 왜그러냐고 물으니 수탉이 올라타서 그렇다고 했다.


옛날 장닭처럼 보이는 가장 큰 수탉이 교미를 하기 위해 연신 암탉의 등을 오르내려 깃털이 죄다 빠져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이정도로 등이 까질 정도면 상당한 통증이 느껴질 듯한데 그래도 연신 수탉의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털이 빠진 경중은 있었지만 대부분의 암탉들은 털이 빠져 있었다.수탉이 암탉 등에 올라타는 시간은 짧지만 아주 격렬하다며 웃는 아저씨는 그래야 알도 잘났는다고 했다.


이곳에 오니 어릴 적에 들었던 꼬끼오~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두 마리로 시작했는데 점점 마릿수가 늘어나는 것도 재미있고 날마다 낳는 알 때문에 영양보충도 할 수 있어 좋다며 자랑이 대단했다.


날마다 날계란을 먹기도 하고 계란 후라이도 해서 먹는데 미처 먹지를 못한다며 너스레를 떠는 아저씨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오는 손님에게 날계란을 권하는데 잘 먹지 않는다며 커피나 녹차보다 더 영양가가 있는 것을 왜 안먹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도시에서 닭을 키우며 그 즐거움에 푹 빠져 사는 아저씨가 내심 부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