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0. 09:37ㆍ사진 속 세상풍경
오랜만에 영랑호에 들러보았다. 아침 일찍 아들을 등교시키고 영랑호를 한바퀴 돌아볼 심산으로 범바위를 지나 장천으로 올라가는 갈림길로 접어들었다. 지난번 폭설에 부러진 전봇대들이 아직도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 길을 지나 만나는 곳에는 화랑도 조각공원이 있는 곳으로 장천에서 내려오는 하천과 닿아있는 곳이다.
이곳은 석호인 영랑호가 바닷물을 터놓을 때 마다 염수에 쫓겨 잉어들이 떼지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올초에도 영랑호는 장사동쪽 바닷물을 열어 영랑호의 염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다리 아래를 바라보니 잉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물도 예전보다 많이 깨끗해보였다.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훌라후프를 돌리거나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조약돌로 만들어 놓은 지압보도 위를 왕복으로 걷고 있을 때 였다.하천의 건너편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하천 바닥을 보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잔물결이 일고 있었다. 아마도 보이지 않았던 고기들이 상류쪽에 모여있는 듯했다.
신발을 신고 그곳으로 가보았다.
그곳에 가보니 하천 바닥에 시커먼 덩어리 하나가 보였다. 그것은 바로 황어떼 였다. 아직 어린 황어떼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뒤엉켜 있었다.
그 위쪽에는 더 많은 황어떼들이 모여있었다. 고기들의 양에 비해 하천이 비좁아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고기떼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마치 먹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황어떼....그런데 왜 이렇게 황어떼가 많은 것일까?.....황어는 바다에도 살고 민물에도 사는 고기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영랑호에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많은 황어떼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염분 때문에 잉어떼들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천으로 올라가는 하천을 따라 조금더 올라가니 좁은 하천에 떼지어 있는 잉어떼를 만날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짜가운 바닷물 때문에 상류로 올라간 잉어떼가 수로 때문에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한 채 갇혀있었다.
지난해 한 번 홍역을 치뤘던 잉어떼들이 이번에도 짜가운 염분을 견디지 못하고 상류로 몰려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좁은 하천에 몸을 비비며 오도가도 못하는 잉어떼들.....
개중에는 죽어있는 잉어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나마 지난 겨울에 폭설이 내려서 이곳에 물이 많이 내려온 것이 다행이었다. 태백이나 삼척처럼 심한 가뭄이 들었다면 잉어들이 떼죽음을 당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일 수 있으나 고기들에게는 감옥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중간중간에 설치되어 있는 보들이 고기들이 상류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설사 올라간다고 해도 고기들이 고립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지금 영랑호 상류에 가면 황어떼를 보는 즐거움과 잉어들의 고통이 공존하는 영랑호의 두 얼굴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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