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는 것이 정말 유전일까?

2009. 1. 31. 16:07세상 사는 이야기

친구가 가끔 술을 마실 때 마다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바람을 피우는 것이 유전이라는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바람이 유전이라는 친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려러니 하고 받아주곤 한다.
친구는 현재 호적상에만 아내와 부부로 되어있지만 따로 산지가 7년이 넘었다. 아이들 때문에 이혼은 하지 않고 아이들 학비와 아내의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지만 볼 때 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한다.
객지에서 혼자 살며 아내와 자식들 생활비를 보내주게 된 것에 깊은 사연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친구의 외도 때문이었다고 한다. 고향에서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닦고 살던 친구는 아내 몰래 바람을 자주 피웠는데 결국 이상하게 생각하던 아내의 추적으로 불륜 현장을 발각 당했는데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화가난 아내에게 폭행을 휘둘러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고 했다.
결국 처갓집으로 간 아내는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기 싫다며 이혼  대신 자신의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를 요구하며 별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명목상의 부부일 뿐 서로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친구는 다른 여자와 동거를 하다 최근에 헤어졌는데 가정생활을 제대로 꾸려가지 못하는 것도 집안 내력인 것 같다고 했다. 할아버지도 바람을 피워 배다른 동생들 때문에 골치를 썩었고 아버지 역시 젊었을 때 바람을 피워 집에 있는 시간보다 나가 살았던 시간이 더 많았다고 한다. 집안 대대로 그런 기질이 있어 한 여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가장 안좋은 것만 닮은 것 같다며 친구의 아들만큼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쓴 웃음을 짓곤 한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가정을 잘 꾸리지 못한 책임을 유전이라는 핑계로 정당화하려는 친구를 보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유전적인 기질 보다는 환경적인 조건 때문에 친구도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닮은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릴 적 부터 봐서는 안될 것들을 보고 자라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과 행동들이 몸에 배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문제가 있는 집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경우 아주 좋은 쪽으로 바뀌거나 아니면 최악의 상황으로 바뀌거나 둘중에 하나라고 한다.친구중에 어릴 적 아버지가 날마다 술을 마시고 주정을 하며 어머니를 때리는 것을 보고 자신은 절대 술을 먹지 않겠다는 친구가 있었는데 나이 50이 된 지금도 담배와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아버지의 행동이 모두 술 때문이라고 생각한 친구가 스스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는 것인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바람을 피우는 친구의 경우에도 자신의 의지와 도덕적인 잣대가 분명하다면 가정이 깨어지는 경우는 절대 없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나이들면서 혼자라는 것에 더욱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절실하게 느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