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동창회 카페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

2009. 1. 27. 11:09세상 사는 이야기

이번 설날은 마음에 여유가 없는 명절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소식 보다는 나쁜 소식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고향에 가도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점점 줄어들고 오지 못하는 친구들 사연들이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영업용 택시운전을 하던 친구는 뇌졸중으로 쓰러진지 벌써 다섯 해가 지났는데도 아직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고 또 몇몇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남아있는 친구들 중에 사업이 부도가 나 고향에 오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고향에 온 친구들과 만나 술 한 잔 하면서 이런 얘기 저러 얘기를 나누다 동창 카페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한 친구가 얼굴색이 변하며 카페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했다. 왜그러냐고 묻자 고개를 홰홰 젓는다. 더 궁금증이 생긴 친구들이 채근을 하자 쌓였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늦게 중학교 동창회 다음 카페가 활성화 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한 친구는 난생 처음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사는데 바빠서 다른 쪽에 눈돌릴 틈 없던 친구는 여자 동창생의 권유로 동창회 카페에 들어가 보았다고 한다. 동창회 카페에는 중학교 때 친구들의 모습이며 지금 사는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어 날마다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동창들과 채팅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그러다 가을에 총동문회 체육대회가 고향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처음 참석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동창들과 만나서 운동도 하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문제는 동창들과 헤어지고 난 후 벌어졌다고 한다.
여자 동창 중에 한 친구가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친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장난스런 문자를 많이 보냈고 자신도 역시 답글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겨 나가다 사무실에 휴대폰을 놓아두고 나간 사이 아내가 친구의 문자 메세지를 보았다고 한다. 휴대폰 속에는 여자 동창에게서 온 문자들이 많았고 문자 속에는 동창 카페에 사진을 올려 놓았으니 보라는 메세지도 있었다고 한다. 여자의 직감으로 이상하다고 느낀 아내는 남편의 동창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체육대회 때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여자 동창과 러브샷을 하는 장면이며 서로 팔짱을 낀 장면등 유독 여자 동창과 찍은 사진이 많은 것에 놀란 아내는 남편에게 화를 내며 처신을 똑바로 하고 다니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사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오해할 만한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이 결백하면 그만이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로도 자꾸 문자메세지가 온다는 것을 안 아내는 결국 여자 동창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고 서로 심하게 다투었다고 한다. 여자 동창은 여자 동창대로 마누라 관리를 잘못한다고 화를 내고 아내는 동창회가 무슨 불륜 집단이냐며 화를 내었다고 한다.
결국 동창회 카페를 탈퇴하면서 일단락되었는데 이제는 동창회에 나가는 곳까지 따라 나서려는 아내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만일 아내가 동창회에 나가서 나처럼 그랬다면 나는 더 했을 것이라며 입장 바꿔 생각하면 아내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친구의 이야기는 그동안 미뤄왔던 초등학교 동창회 카페를 만들고 있는 나로서는 쉽게 간과하지 못할 문제인 듯 했다.
친구는 나이 들면서 옛 친구들과 만나서 추억을 되새기며 옛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가족의 화목을 해치는 일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자 메세지와 사진 때문에 불거진 친구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설날 전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