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처갓집에 간 남자 이유 알고 봤더니....

2009. 1. 25. 10:56세상 사는 이야기

어제였다. 불쑥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벌써 고향에 갔느냐고....설날 전 늦게 갈 것이라고 했더니 사무실에서 잠깐 보자고 한다.
하던 일을 마주 끝내고 친구 사무실에 들렀더니 설날 선물이라며 김 선물세트를 내준다. 나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고 미안해 하자 아는 사람이 공장을 해서 팔아주는 것이니 부담을 갖지 말라고 한다. 친구와 차를 마시고 있는데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벌써 고향에 갔느냐고 했더니 고향이 아니라 처갓집에 갔다고 했다. 처음에는 처갓집에 먼저 들리고 고향으로 가려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아버지 제사를 다녀오고 난 후 부터 틈만나면 앞으로 고향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며 공언을 하더니 이번 처음 맞는 명절에 미리 처갓집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고향에 가지 않는다는 것일까?
문제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형님댁에서 제사를 맡아 지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한다. 늘상 갈 때 마다 동생들을 나무라는 형님 과 형수 때문에 동생과 제수씨들이 불만이 커졌고 이래라 저래라 시키고 오라 가라 하는 통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생활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할만큼 한다고 하는데도 늘상 불만이 많은 형님 때문에 점점 고향에 가기 싫어졌다고 한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전답을 모두 형 앞으로 상속해버린 것도 평생 부모님을 모신 형님 몫이라고 이해했지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형수의 태도와 마치 부모님이라도 된듯 시동생과 동서를 다루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오르곤 했다고 한다.
제사 하루 전날 미리와서 제사음식을 차리고 이것저것 사오라는 둥 늘 일방통행을 하려는 형수와 형수 말만 옳다고 하는 형님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거리며 몇해를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늘 쌓이는 불만을 풀지 못한 채 가슴에 묻고 살다보니 시간이 지날 수록 서로 얼굴 보는 것도 싫어지고 중요한 일이 아니면 차츰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형님집에 가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해 11월에 아버지 제삿날 그동안 서로 쌓였던 불만들이 폭발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고 한다.
중재자는 없고 불만만 쏟아내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 상스런 말과 욕설이 난무하고 밥상을 뒤집어 엎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뿔뿔이 흩어지고 난 후 지금껏 서로 연락도 하지 않고 지냈고 이번 설날에도 동생들이 아무도 고향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각자 알아서 제사를 지내던 말든 신경쓰지 말라는 동생들이나 동생들을 다독이지 못하고 독불장군으로 나가는 형님이나 모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듯 했다.
처갓집으로 설을 세러간 사무실 직원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부모가 돌아가시고 난 후 가족이 해체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까웠다.
한 가정에 중심이 없으면 마치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이 요즘 세태라고 한다.
하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위와같은 참담한 결과는 생기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을수록 이런 일들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이번 설날에는 가족들간의 화합과 우애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좋은 덕담으로 새해를 시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