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혼자 날고 있는 연 주인은 누굴까?

2009. 1. 28. 11:51사진 속 세상풍경

설날을 보내고 하루 일찍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친구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잠깐 할 얘기가 있다는 말에 한달음에 달려가 보니 별 일도 아닌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이왕 온김에 바닷가나 둘러볼 참으로 백도 해수욕장을 지나 삼포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자작도 해수욕장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간이 해수욕장인데 작은 해수욕장임에도 주변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보다가 소희와 은재가 죽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 이곳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잠시 차를 세우고 백사장을 나가려고 하는데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늘을 날고 있는 연이었는데 사람도 없는 해수욕장에 연이 혼자 하늘에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누굴까?....그리고 언제부터 저 연이 날고 있었을까?.......


해수욕장에 저 혼자 날고 있는 연은 해수욕장 주변에 설치해놓은 기둥에 매여져 있었는데....누군가 연을 날리다 저 기둥에 매달아 놓고 간 듯합니다. 땅에 떨어졌다가 다시 바람이 불면 하늘을 나는 연이 무척 신가하게 느껴졌습니다.


바람이 잦아들자 다시 모래에 내려앉은 연을 보니 달력으로 만든 가오리 연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삼촌 할아버지 아바 이모 엄마등 가족들을 사랑한다는 하트 모양이 잔뜩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번 설날에 고향에 왔다가 아니면 여행 중에 바다에서 연을 날리며 소원을 빌다가 기둥에 매어놓고 간듯 합니다.


한쪽 꼬리는 잘려 작아졌는데도 연은 아주 잘 날았습니다. 연을 잘 만든 것 같지는 않은데 주인의 마음씨가 참 고와서 그런지 하늘거리며 춤추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주변에는 방패연도 보였는데 아마도 가족들이 함께 연을 날리다 그대로 놓아두고 간듯합니다. 바닷가에서 연을 날리며 한 해의 소원을 비는 가족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옛날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논두렁에서 날리던 연이 생각납니다.
그때 겨울이면 늘 팽이치기나 눈썰매 그리고 연날리기를 하며 겨울을 보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아마도 이 연의 주인이 이 사진을 본다면 퍽이나 기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