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을 웃게 만든 거시기 나무

2009. 2. 1. 12:35사진 속 세상풍경

갑자기 날이 푸근해졌습니다. 곧 봄이 오려는지 눈이 녹아 흐르는 물소리도 마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모처럼 아들과 함께 샘터에 물을 뜨러 가보니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을 뜨러 온 사람과 등산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왁자했는데 물을 뜨려고 아들이 줄을 서있는 동안 잠시 산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산의 중턱을 올라가고 있을 때 오른쪽에 눈에 띄는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다른 나무들은 모두 곧게 뻗어 있는데 유독 눈에 띈 것만 똑같이 몸을 낮게 구부리고 있는 모습이 특이해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두 그루의 나무가 똑같은 포즈로 자라고 있었는데 어린 묘목이었을 때 꺾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사람에게 밟혔다 살아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같은 모양으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쌍둥이거나 부부의 연을 맺은 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치 기마자세를 한 듯한 나무.....뿌리가 같은 것인지 파볼 수는 없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 두 그루였습니다.


뒤에서 바라보니 한 그루에는 엉덩이에 뿔이 나 있었습니다. 마치 암수가 다정히 몸을 기대고 있는 듯 했습니다.


나무의 앞뒤를 돌아보며 살피고 있는데 네 명의 아주머니가 산을 내려오다 내가 찍고 있는 나무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 한 마디씩 하고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조금 내려가다가 갑자기 '어머 어머'소리를 지르며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왜 그럴까 하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길 옆에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깔깔 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어머 어머'하며 웃던 나무가 무엇일까?.....아주머니가 산을 내려간 후에 그곳에 가 보고는 그만 얼음이 되어 버렸습니다. 큰 나무 옆에 있는 작은 나무의 모습이 마치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연상시키듯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뒤따라 내려오던 사람들도 '허허, 그것 참 희안케 생겼네..."하며 한 마디씩 하고 내려갔습니다.
자연 속에 사람 사는 모습과 닮은 형상을 볼 때 마다 늘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오늘도 특이한 나무의 형상을 보면서 잠시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