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중국산 곶감을 맛있게 드신 이유

2009. 1. 21. 08:05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주 토요일에는 강원도 신생 프로 축구팀인 강원FC와 인천FC와의 친선경기가 있었다. 전반전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종합운동장 앞으로 모여들었다. 어묵을 파는 곳에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는데 오른쪽 차량에서는 함양에서 직접 말렸다는 곶감 장사가 열심히 곶감을 팔고 있었다. 아주 말랑말랑한 곶감이었는데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륵 녹았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라중에는 혹시 중국산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지만 곶감 주인은 직접 개발한 곶감 만드는 비법으로 특허를 받을 것이라며 절대 믿고 드셔도 된다고 했다. 곶감 한 묶음을 사갖고 오는데 문득 동생이 중국에서 사왔던 중국산 곶감에 대한 일화가 생각났다. 벌써 몇해전의 일이다. 민속의 명절 설날에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였다. 아들이 사형제인 우리집은 명절 때면 늘 부모님 선물과 먹을 거리를 사갖고 오는데 첫째인 형과 나 그리고 셋째는 부모님 옷을 사오거나 싱싱한 횟감과 과일을 갖고 오는데 막내 동생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관계로 온통 중국산이나 러시아산 물건을 갖고 오곤 했다. 중국산 술과 러시아산 꿀도 집에 있고 북한산 꽃술이라는 철쭉주도 있었는데 소주만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진열장에 쌓아놓고 접대용으로 내놓곤 하셨다.

            <축구 경기장에서 사온 함양 곶감....반건시인데 먹기도 좋고 맛도 좋았다>

그해 동생은 중국산 곶감을 한접과 러시아산 차가버섯 엑기스를 갖고 왔다. 저녁무렵 식사 후 반주로 술을 꺼내놓고 지나간 이야기를 하는데 마침 나온 것이 중국산 곶감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곶감에 손을 대지 않았다. 꼭지가 가운데로 가고 납작하게 눌린 중국산 곶감은 보기에도 분이 이상스러울치 많고 국산감 보다 엄청 컸다. 가족들 대부분 중국산 곶감에는 변질을 막기 위해 방부제 처리를 많이 해서 저렇게 하얗다며 먹으면 오히려 몸에 해롭다며 좀처럼 손에 대지 않았다. 동생이 곶감을 들고 한 입 넣으며 중국산이 모두 그런 것이 아니며 직접 농가에서 구입해 가져온 것이라 했지만 아무도 동생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동생이 사온 곶감은 오른쪽 아래 곶감처럼 생겼고 분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분이 마치 밀가루를 물에 묻혀 놓은 듯 했다>
                                                                                                                                  <출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얼마나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컸으면 동생의 말도 쉽게 믿지 못할까. 졸지에 중국산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왕따당한 듯한 막내 동생의 표정의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했다......그런데 가만히 앉아 계시던 어머니가 곶감을 손에 들더니 손으로 조금씩 뜯어 드시기 시작했다. 분가루가 떨어지는 곶감을 맛나게 드시며 '막내가 사온 곶감이라서 그런지 정말 맛있네' 하셨다.
그렇지만 형제들과 며느리들은 아무도 곶감에 손을 대지 않고 옆에 있는 사과와 배 그리고 단감에만 손이 갔다.
아마도 어머니께서는 막내가 무안해 할까봐 곶감을 맛있게 드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성묘를 가는 길 차례상에도 동생이 사온 곶감은 오르지 못하고 형수님이 사온 국산 곶감이 상에 올랐다. 그리고 설날 다음날 어머니가 바리바리 싸주신 음식을 싣고 집으로 돌아와 음식 정리를 하는데 여러가지 음식 속에서 동생이 사갖고 왔던 중국산 곶감 스무개가 보였다. 사형제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신 듯 했다.먹을 사람이 없는 듯 하여 냉동실 속에 집어넣고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해 여름 방학 때 였을 것이다. 어머니가 잠시 짬을 내어 우리집으로 오셨다. 싱싱한 고추며 오이 그리고 옥수수까지 바리바리 싸갖고 오셨는데 냉동실을 뒤적이던 어머니가 설날 때 나누어 주신 곶감을 찾아내셨다.
이것을 아직도 먹지 않았구나 하며 곶감을 먹기 시작하는 어머니......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냉동실에 넣고 깜빡 잊었어요 하면서 곶감을 하나 먹기 시작했다. 맛이야 곶감 맛이 났지만 마음 속으로 찜찜하게 생각하고 먹으려니 잘 넘어가지 않았다.
"너무 단맛이 나서 잘 넘어가지 않네요..." 하자 어머니는 나는 단것이 좋으시다며 잘도 드셨다.
어머니는 막내가 선물로 사온 곶감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셨을테고  중국 현지 농가에서 직접 보고 구입했다고 했는데도 믿지 못하는 형제들이 못마땅 하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어머니는 혹여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그대로 버릴까 사흘동안 곶감을 모두 드셨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이 없는 것처럼 늘 객지에서 고생하는 막내 아들이 측은하고 힘들게 번돈으로 사온 곶감이라 더욱 맛있게 드셨는지도 모른다.
아들이 가져온 선물이라면 양잿물이라도 마셨을 어머니에게는 중국산 곶감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막내의 성의를 무참히 짓밟은 형제들의 마음이 못내 서운해 냉동실에 처박힌 곶감을 모두 드셨던 어머니.....문득 곶감을 보니 살아계실 적 곶감을 드시던 어머니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아들 사형제만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다 가신 어머니께 죄스런 마음만 남아있다. 그리운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