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15마리의 처절한 겨울나기

2009. 1. 12. 09:43사진 속 세상풍경

청대산에 있는 신라샘으로 샘물을 받으러 가는 길목에는 하천이 하나있다. 이 하천은 설악산 끝자락 목우재에서 부터 흘러내려 척산 온천을 지나 동우대와 속초시내를 가로질러 청초호에 이른다. 예전에 루사 때는 하천이 범람하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났던 곳이었고 그때 쌓인 토사를 쌓느라 30억이라는 혈세로 계획에도 없는 노리교라는 다리를 놓아 큰 물의를 빚은 곳이기도 하다.
또 이곳은 속초시가 토지개발 공사와 함께 노학동·조양동 일대 속칭 소야벌 95만1100㎡에 대해 추진하고 있는 `속초 노학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해당지역 주민들의 강력반발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에서는 친환경적인 도시를 개발하겠다고 하지만 지금보다 오염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상류에 있는 온천과 대학과 인근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오염된 이곳이 도시개발사업으로 더 악화될 것이고 그로 인해 청초호의 오염도 가중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속초시는 물 부족으로 해마다 여름이면 제한급수를 하곤한다. 이곳 노학천도 여름 장마철을 제외하곤 물이 많이 흐르지 않는 곳이다. 건물의 끝이 엑스포장이고 그곳에 청초호가 있다.


샘터에서 돌아오다 농사를 위해 놓은 철제 다리를 통해 걸어가 보았다.제방둑 양쪽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고 그 가운데 이 하천이 흐르고 있다. 중간 중간 보를 설치해 물들이 고여있다.


보에 걸려 죽은 학 한 마리 죽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오염된 무엇인가를 먹고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 바로 아래에는 청둥오리들이 한가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한가로운 풍경이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하천의 낮은 곳에는 새들의 발자국이 남아있었는데 이곳에서 새들이 물고기를 잡아 먹으며 겨울을 나는 듯 했다.


물이 많지 않은 이곳에 웅덩이처럼 푹 파인 곳이 있고 그 아래 붕어들이 보였다. 이곳에 붕어들이 사는 것이 신기하기만 한데 이상하게도 붕어의 몸에 하나같이 상처가 나있었다.


붕어는 모두 15마리였는데 다른 물고기들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물고기들은 모두 철새들의 먹이가 되고 붕어들만 살아남은 듯했다.


등이고 옆구리고 새의 부리에 쪼인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지금껏 살아남은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의 깊이가 50cm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 새들을 피해 무리지어 있는 붕어들은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새들의 공격을 받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듯 한곳에서만 빙빙 돌았다.


바닥에는 오염된 듯한 물찌꺼기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물의 오염과 줄어드는 수심 그리고 새들의 공격등 첩첩산중의 위기 속에서 붕어들이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위 아래로 보가 가로막혀 있어 고립된 붕어들이 운신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상처입은 물고기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철제 다리 위에서 물고기를 관찰하는 동안 보 아래에서는 학과 청둥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청둥오리는 물속까지 자멱질 치며 사냥을 하는데 지금껏 물고기들이 살아남은 것만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들의 처절한 겨울나기가 도시개발에 밀려 변하게될 노학천의 앞날을 대변해주는 듯해 마음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