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 40년 난생 처음 눈물 흘렸다

2008. 12. 25. 23:55세상 사는 이야기

사흘 전이다 폭설이 내린 다음날 오후 약속 때문에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는 나이가 지긋해 보였는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자 웃으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늘 하는 입버릇처럼 요즘 택시영업이 어떻냐고 물어보았다. 나이가 60이 넘었다는 기사님은 올해로 택시 운전만 40년째라고 했다. 영업용 택시로 13년을 하고 개인택시만 25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난생처음 눈물을 흘려 봤다고 한다.
하루종일 다녀도 기름값에 점심값을 제하고 손에 쥐는 것은 고작 3~4만원....저녁에 집에 들어가 누우면 허리와 팔 다리가 시큰거려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그동안 택시를 처음 시작했던 40년전이나 영업용 택시를 끌 때 그리고 개인택시를 하면서도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했다.
LPG 가격이 오른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손님이 없는 것 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일전에 영업용 택시를 하려고 했던 선배도 요모조모 따지다 결국은 포기했었는데 현재 사납금을 채워야 하는 영업용 택시 운전자는 기사님보다 사정이 더 심하다고 했다.


옛날 이곳은 관광지라 택시영업이 무척 잘 되었었다고 한다.자가용이 많지 않던 시절에 신혼부부들이 주고객이었고 속초시내 관광을 시켜주며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자가용이 늘어난 후에도 택시 운행대수가 많지 않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자꾸 늘어나는 개인택시와 영업용 택시에 비해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손님 모시기 경쟁까지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화물 밴의 출현과 고물가 고유가 첩첩 산중의 악재 속에서 올 한해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젊은 택시 기사들은 총알 택시처럼 스피드하게 앞질러 다녀 손님을 뺏기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했다. 기사님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니 나이들어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고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그러는 것을 뻔히 아는데 뭐라할 수도 없다고 했다.
현재 속초시에만 영업용 택시와 개인택시를 합쳐 8개업체에 975대의 택시가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인구 8만명에 비해 택시가 너무 많은데도 해마다 개인면허를 받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때 매매가 1억 4천까지 올라간 적이 있던 개인택시 차량도 지금은 7~8천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택시면허는 한 번 발급되면 매매(양도.양수)나 상속을 통해 영구히 사라지지 않아 공급과잉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현재 운행중인 택시가운데 60~70%는 매매.상속된 택시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국토해양부에서는 내년 6월부터 공급 과잉상태에 있는 택시의 감차(減車)가 추진되고, 신규로 발급되는 개인택시 면허의 매매.상속이 금지한다고 한다.이것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시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조처라고 하는데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평생 해온 택시영업을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아직 손을 놓기에는 형편이 여의치 않고 다른 일을 할 줄을 모르니 어쩔 수 없지 않냐는 기사님...."지금 어려운 사람들이 어디 나뿐이겠습니까?.....모두가 힘든데 견뎌봐야죠...."
기사님의 마지막 말씀이 꼭 연말을 맞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