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간제 교사의 열정

2008. 12. 26. 19:13세상 사는 이야기

나와 대학 동기인 친구는 19년간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시작한 기간제 교사가 이제는 주업이던 학원을 그만두고 기간제 교사로만 재직중이다. 대학시절 학교를 세워보겠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열정적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처음에는 영어도 가르쳤지만 지금은 전공인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올해 성탄절에 처음만난 친구는 생뚱맞게 특수교사를 맡고 있다고 했다.
휴직했던 국어교사가 복직해 다른 곳을 알아보던 차에 마침 특수교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휴직해 한 학기 그 자리를 보충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수반에는 9명의 학생들이 있고 특수교사 2명이 있던 중에 한 사람이 휴직을 해서 그 자리를 맡게 되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초등학교 1~2학년 수준 정도였는데 한글과 더하기 위주로 수업을 하는데 빼기는 아무리해도 셈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학업을 가르치는 것보다 힘든 것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금새 잊어버리고 또 갑자기 돌출행동을 보일 때가 많아 늘 긴장이 된다고 했다. 그중에 가장 힘들고 까다로운 학생은 나이가 스물 두 살인데 사람을 두려워하고 잘 따르려 하지 않아서 늘 선생님들이 골치 아파했다고 한다.그런데 친구가 수업을 시작한 한달쯤 되었을 때 그 학생이 친구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곳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학생의 집을 지나가는 길이니 아침에 등교할 때 함께 차를 태우고 가면서 이야기를 해보았으나 처음에는 전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날마다 태우고 다니면서 대화를 시도했고 주말에는 바닷가에 데리고 나가 낚시도 함께 하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영화 말아톤의 한 장면...내용과 무관함>

낚시 채비도 모두 해줘야 하고 미끼도 끼어주고 모든 것이 일일이 손이 가는 일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주말마다 만나서 함께 지냈다고 한다.
그렇게 두 달여간 아이와 함께 하면서 점차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학생은 지금은 부모 이상으로 친구를 잘 따른다고 했다.
공부는 늘 제자리 걸음이지만 날마다 엄마 가게에서 일손을 거들며 틈나는 대로 전화를 해서는 어눌한 말투로 어디계시냐고 묻는다고 한다.
기간제 교사였지만 늘 남보다 30분 일찍 가서 학교 주변의 휴지를 줍고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줄 정도로 열의가 있는 친구는 특수학생들을 맡게 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지식이 아닌 따듯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학생을 통해서 오히려 솔직함과 순수함을 배우게 되고 늘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두려움으로 시작한 특수학생들과의 만남이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며 학생 하나 하나 마음을 열 때 까지 참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들이 곁에 와 있었다고 했다.
모든 학생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수 학급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특히 사랑과 관심이 더 필요하고 빨리빨리가 아닌 아주 천천히 다가 서려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록 한 학기 였지만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웃는 모습을 보며 어떤 직책이든 자신이 맡은 일에 열정을 쏟는 친구의 모습이 오늘따라 너무나 대단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