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기 당하다

2008. 12. 4. 18:10세상 사는 이야기

나에게는 친구가 둘 있다. 그냥 친구가 아니라 형제같은 친구다.태어나 한동네에서 자랐고 초중고를  졸업할 때 까지 늘 붙어 다녔다.대학 들어가면서 서로 갈렸지만 틈만나면 연락을 하고 방학 때는 늘 함께하는 죽고 못사는 친구였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 각자 결혼을 하고 부터 자주 만나지 못했는데 어쩌다 고향에 오면 친구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다. 친구는 서울에서 의류공장에 들어가 20년 넘게 일을 하다 직접 공장을 차려 크게 성공했다고 했다.
그때 나는 학원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친구는 고향에 내려와서 건축업을 하고 있었다.
명절 때면 고급승용차를 몰고 내려와 거들먹 거리는 것이 꼴보기 싫다고 주변에서 수근수근 거렸지만 친구와 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건물을 샀다는 이야기 중국에 공장을 세웠다는 성공담을 들을 때 마다 자수성가해서 일가를 이룬 친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곤 했다.그런 친구가 작년말에 불쑥 고향을 찾아왔다.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 회사가 부도가 나 회사가 경매로 넘어갔다고 했다. 다행히 집은 처남 명의로 해놓아서 그대로 남아있다며 우리에게 동업을 할 것을 권유했다.
공교롭게도 건축업을 하는 친구는 몸에 이상이 생겨 회사를  쉬고 있었고 나 역시도 학원경영이 어려워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사진출처: http://blog.daum.net/agadary <기사 내용과는 아무 연관이 없음>

친구는 돈만 투자하면 일하는 사람들은 많다며 맡겨만 놓으면 투자 수익금만 받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예전의 거래처에서 오더를 받을 수 있고 처음 수주량은 모두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친구가 평생을 한 분야에서 일을 해왔고 노하우가 있을 테니 눈으로 확인해 보고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에 올라가서 매장을 둘러보고 사업계획을 들어본 친구와 나는 실망했다.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고 사무실만 얻어 무작정 시작하려는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물건을 어디에서 수주받고 얼만큼 받을 수 있는지 소비처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투자를 강요한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도 전문성도 없고 그저 옛날 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 뿐이고 실제적으로 일할 사람은 친구 밖에 없었다.
고향으로 내려온 친구와 나는 심각하게 고민을 했고 친구가 사정이 딱하니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자금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건설업을 하던 친구가 6천만원을 먼저 투자하며 내게는 일이 잘 풀리면 학원을 접고 그때 투자하라고 했다.그렇지만 나도 친구의 재고상품을 받고 현금을  올려 보내 주었다.아내에게는 친구가 도와준다며 그냥 팔아보라고 해서 받은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후 건축업을 하는 친구는 서울로 가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사무실 보증금 3000만원과  집기 그리고 원단값으로 친구에게 3천만원을 맡겼다.
그런데 지방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사무실에 들려도 늘 사무실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고 친구는 보이자 않았다고 한다.
직원에게 물었더니 중국에 들어갔다는데 확실한 날짜는 모른다고 했다.
전화를 해도 전화 통화도 잘 안돼고 가끔 오는 전화를 받으면 짧게 중국인데 곧 들어간다는 말 뿐이었다.
사무실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어 다시 지방으로 내려온 뒤 사흘 후에 친구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상하게 생각한 친구는 사무실로 전화를 해도 계속 받지를 않아 다음날 서울로 올라가 보곤 깜짝 놀랐다고 했다.
친구가 사무실 보증금과 집기를 모두 빼서 이사를 갔다는 것이었다.
최악의 결과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친구를 돕겠다던 친구의 등에 비수를 꽂고 사라진 친구.............
그 뒤 지금까지 친구는 연락도 없다. 명절 때도 고향에 오지도 않는다. 아니 밤에 몰래 왔다가 가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들리는 소문에는 집마저 경매로 넘어가고 어디론가 이사를 갔다고 한다. 아마도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장 친한 친구를 끌어 들인듯 했다
건축업을 하는 친구는 요즘도 가끔 술이 취하면 친구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친구에게 돈을 잃어버린 것보다 더 큰 충격은 평생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것이라며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더라도 이런 식으로 친구를 등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툭 터놓고 이야기 했거나 내가 모른척 했으면 적어도 친구는 잃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언젠가는 꼭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가슴에 쌓인 것을 풀 수 있게.....
친구의 독백처럼 나도 못난 친구가 꼭 재기해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