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길에서 사온 CD 알고 봤더니......

2008. 12. 4. 14:22세상 사는 이야기

사흘 전이다 아내와 함께 서울에 다녀왔다. 조금 늦게 출발해서 마음이 조급한데 차량이 많이 밀렸다. 요즘 타이어에 못을 박았더니 차량 소음이 부쩍 심해졌다. 자그락자그락 소리가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서울에 도착한 시각이 8시 40분 아내가 시장을 보는 동안 사우나에서 잠을 자야한다. 예전에는 차안에서 잠을 잤지만 요즘은 날이 추운데다 히타를 틀어놓고 자는 것이 위험해 아예 남성전용 사우나실을 이용한다. 6000원이면 편하게 샤워하고 잠도 푹 잘 수 있다. 주말에는 코고는 사람들이 많아서 짜증스럽지만 그래도 차에서 자는 것보다는 편하다.
샤워하고 잠이 든 시각이 9시 30분 그런데 잠든지 얼마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차를 빼달라고 한다. 동대문 운동장 주차장이 없어지고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유어스건물은 너무나 복잡하고 주차비가 비싸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메트로와 뉴죤사이에 주차를 했는데 요즘은 중구에서 주차단속을 심하게 해서 두번이나 딱지를 끊겼다. 언제와서 붙이고 가는지 모르지만 늘 불쾌했다.
새벽 한 시쯤 디자이너크럽 앞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맡겨논 물건들을 찾아 한곳에 놓아두고 잠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아내가 손짓을 한다. 그러면서 내게 CD 한 장을 내놓는다. SG 워너비의 베스트 음반이란다.


"아니, 이걸 어디서 샀어...."
"응,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옷가게 옆에서 팔던데...."
"얼마 줬어?"
"6000원 달라고 하던데 두장을 사면 만원에 준다고 하는 걸 그냥 한 장 샀어"
며칠 전 부터 아내가 SG워너비의 노래 "라라라"가 좋다며 사달라고 했는데 시내를 돌아다니다 사지 못했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사는데다 많았던 음반가게가 모두 문을 닫아버려 살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차에 옷을 팔던 옆에서 음반을 팔고 있었고 SG워너비의 "라라라"가 수록된 곳이 있길래 사왔다는 것이었다.
직감적으로 불법음반을 사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음반가게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지속적인 불법음반 단속으로 동대문이나 남대문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아내의 눈의 띄었나보다.


예전에는 황학동 시장에서 팝송이나 영화음악을 사다주곤 했는데 청계천 복원 사업이 시작되면서 발을 끊었었다.
길보드가 한창 유행할 때 테잎을 사서 차량이나 아내의 가게에 틀어주던 것이 CD로 바뀌더니 이제는 MP3가 대세란다.
CD를 주머니에 넣고 남대문으로 가는데 아내가 묻는다.
"노래 좀 틀어보지...아까 산 SG 워너비 ...."
" 지금 어떻게 틀어..."
"왜 못틀어..."
"이 차에는 CD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장치가 없잖아...테잎 밖에 못들어...."
꼭 바보들의 대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8년이나 된 차인데 아직 테잎을 넣는 것인지 CD를 넣는 것인지 알지 못하다니.....
새벽 시장을 보고 난 후 새벽 4시에 국밥집에서 선지 해장국을 먹고 떠났다.
집에 돌아오니 7시 30분.....씻고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12시가 다 되어간다.


물건을 가게에 내려주고 어제 산 SG워너비의 노래를 틀어보았다.
"아뿔사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혹시 오디오가 잘못되었나 다른 CD를 넣어보았다. 아주 잘 나왔다.
아내가 대뜸 한 마디 한다.
"다음에 올라가면 가만히 안둔다....""이 사람아 이거 불법음반 같은데 그곳에 가면 그 사람이 그대로 있겠어?"
"있으면 다행이고 없으면 말아야지 뭐...."
아무리 되풀이 해서 넣어봐도 실행이 되지를 않는다 플레이를 눌러도 조금 있다보면 멈춰 버린다.
"도대체 왜 이런거지? 나도 이런 CD 처음 본다."
아무리 길에서 파는 음반이라고 해도 노래는 나오는데 이건 아예 불량인 것 같았다.
"참 난생처음 산 CD가 불법음반에 불량이라니.....참 재수도 없네..."
툴툴 거리며 아내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