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시장에서 국밥집 20년"요즘 최악이예요"

2008. 12. 3. 08:00세상 사는 이야기

벌써 아내가 동대문과 남대문을 드나든지 15년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참 많이 변했고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상권이 동대문으로 쏠리면서 남대문은 쇠락의 길로 접어 들었는데 그 여파로 주변에서 힘들게 생활하던 포장마차나 지게꾼과 길거리 노점상도 찾아보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런데 20년동안 그 자리에서 국밥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가 있습니다.
남들처럼 보란듯이 좋은 가게에서 영업하는 것도 아니고 주차장에서 포장마차로 20년을 국밥을 팔아왔습니다.
올해는 물가가 너무나 많이 올라 3500원 받던 국밥값을 4000원으로 올렸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인데도 손님들에게 너무나 미안해 합니다. 오늘 새벽 4시에 다시 아침을 먹고 떠나려고 국밥집에 들렀습니다. 그래도 다른 때보다는 조금 일찍 들렸는데 벌써 파장 분위기네요.예전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여야 하는데 요즘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선지 해장국을 먹으면서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요즘 장사 어떠세요?"
"말하면 뭘해요....20년 장사하면서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예요..."
"남대문 장사가 예전같지 않은 것도 있지만 지방 상인들이 반으로 줄었어요..."
"지방에는 한집 건너 빈 상가들이 많다고 해요 ...관광버스를 타고 입석으로 오는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좌석이 반은 남는다네요...
"IMF 때에도 이렇게 장사가 안되지 않았어요.사람들도 힘들지만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그 많던 포장마차나 노점상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딱히 다른 것을 할 여유도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20년동안 정든 사람들도 많았겠어요..""
"많지요,올때 마다 싱싱한 해산물을 갖다 주는 분도 계셨고 농사 지은 것을 싸들고 오는 분도 있었지요.."
"15년 동안 단골로 다니던 김씨 아저씨는 장사를 접고 농사를 짓는데 요즘도 가끔 전화를 해서 국밥 생각이 난다고 하네요.."
"음식값을 떼인 적은 없으셨나요..."


"왜 없겠어요.....그렇지만 떼인 것보다는 잊지 않고 갖다 주시는 분이 훨씬 많았지요....요즘도 돈이 없다고 하면 다음에 주세요 하고 국밥을 드리지요..."
"요즘 식당에 대부분 재료를 중국산을 쓴다고 하던데 이곳은 어떤가요?"
"아이고, 우리집은 중국산 하나도 안써요....값이 싸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아주머니와 아저씨 그리고 다른 아주머니 한 분 세 분 모두 60이 넘으셨는데 손님들을 대하는 것이 꼭 형제처럼 대하는 모습이 너무나 좋습니다.
아내와 함께 국밥을 먹고 난 후 집에 있는 고등학생 아들을 위해서 늘 포장을 해갑니다. 1인분을 시켜도 2인분이 넘을 만큼 푸짐하게 싸줘 넉넉한 인심을 느끼곤 합니다.
이곳은 지방 상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밥집 겸 사랑방 같은 곳이라서 이곳에서 국밥을 먹다보면 전국 팔도의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습니다.팔도 사투리가 어우러지던 지방 상인들이 떠나면 소주 한 잔에 퇴근을 서두를는 경비아저씨 아침 식사로 국밥을 드시는 아동복 사장님 그리고 비닐 봉투를 파는 젊은 청년까지 고단한 일상의 허기를 국밥 한 그릇으로 채우면 날이 훤하게 밝습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 힘에 부쳐 얼마나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국밥집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한 계속해야 하지 않겠어요.."


텅빈 주차장을 정리하는 아저씨와 설거지 하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빨리 정리하고 오전에 잠을 자고 오후에는 다시 시장을 봐서 음식 준비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늘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늘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 20년을 견디게 해준 것이겠지요...
"밥 더 줄까요?"
오늘따라 이 말 한 마디가 더욱 고맙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