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폐지 줏는 할머니 요즘

2008. 12. 2. 14:44세상 사는 이야기

오늘 아침 양양으로 나가는 길에 차량에 LPG를 넣으려고 주유소에 들렀다. 차를 주유소 안으로 대려는데 LPG 가격이 보였다. 헉 L당 1122원!....아니 언제 올랐지 요즘 아들 입시 때문에 정신없어 그런지 가격이 오르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그동안 기름값은 뚝 떨어져 휘발유는 1300원 경유는 1276원으로 내렸는데 LPG가격은 내려올 줄 모른다.이러다 LPG 가격이 휘발유가격을 앞지를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들린다.주유원들 조차 가격이 자꾸 올라 미치겠다고 한다. 날씨도 추운데 하루종일 LPG운전자의 하소연을 듣는 것도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라고 한다.12월 1일자로 국내 LPG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K에너지와 E1이 프로판 가스는 Kg당 99원 인상한 1409원으로, 자동차용 연료로 주로 쓰이는 부탄가스는 Kg당 106원 오른 1781원(리터당 1040.1원)으로 인상했다고 하는데 주유소에는 L당 1122원이다. 지방마다 다른 이유겠지만 이곳은 언제 부터인가 담합을 해서 시내가 모두 가격이 똑같다. 출혈경쟁을 멈추고 담합함으로써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
내차는 이제 9년차인데 연비도 떨어지는데다 배기량만 높아 LPG 소비량이 많다 그래서 차를 몰고 나가기 무섭다.


꼭 차량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걸어서 다니거나 자전거로 다녀야 겠다고 생각하고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연로해서 민박집을 운영하기 힘들다며 매매를 시켜달라는 할아버지....방마다 기름보일러를 설치해서 기름값이 너무 많이 들어 운영하기 어렵다며 이젠 다 처분하고 쉬고 싶다고 했다. 70이 넘도록 오직 앞만 보고 달려 왔는데 남은 것이라고 이집 밖에 없다는 할아버지 하지만 요즘 부동산 경기도 얼어붙어 매매하기 쉽지 않을 거라며 꼭 좀 팔아달라며 신신당부를 하신다.
돌아나오려고 하는데 커다란 트럭 한 대가 들어온다. 차에는 폐지가 가득 실려있다.
할아버지가 땅을 임대해준 고물상에 들어오는 차량이었는데 요즘은 폐지를 줏어도 인건비를 건지기 힘들다고 한다.
올초에 폐지값이 Kg당 200원 이상 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30원이란다. 아니 두달 전까지만 해도 100원을 받았었는데 그새 3배정도 폭락을 했다고 한다.
폐지를 줏어 하루 2000원을 벌던 이웃집 할머니는 요즘은 하루종일 줏어봐도 600원을 벌기 힘들다고 한다. 참 기가막힐 노릇이다.
서민들에게 오르지 말아야 할 것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또 내리지 말아야 할 것은 끝없이 폭락하는 요즘 날씨마저 추워 아예 폐지 줍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폐지를 줍는 시간이면 차라리 빈병하나 줍는 것이 낫다며 이곳저곳 기웃거려 봐도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폐지 1kg을 줍는 시간에 빈병 하나를 줏으면 똑같이 30원을 받을 수 있으니 좋기는 한데 여름이나 휴가철이 아니고서는 빈병을 버리는 사람도 없고 빈병이 있어도 모았다가 직접 고물을 갖고 오는 것조차 귀찮아 하고 있다. 예전에는 고철을 팔게 있다고 하면 금새 달려오던 사람들이 이제는 직접 갖고 가도 가격을 쳐주지 못한다고 한다. 지금 쌓여있는 재고도 kg당 300원에 사서 현재 120원 밖에 받지 못하고 팔려고 오는 사람에게는 kg당 100원 밖에는 주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라고 한다. 이렇다보니 폐지나 고철을 줏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쓰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생활이 곤궁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다른 일거리는 없고 오직 폐지나 고철을 줏어서 파는 사람들에게는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다. 그저 들리는 소식이 서민들 죽으라는 소리로 들린다는 할머니의 모습이 애처롭다.
어디를 가나 우울한 소식만 들리는 연말이다. 올해는 더욱더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 하는 따스한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