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눔 무료급식소를 찾아가 보니...

2008. 11. 28. 14:04세상 사는 이야기

늘 지날 때 마다 들려보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차량이 밀릴 때면 늘 우측에 눈에 띄는 작은 형제의 집 무료급식소입니다.
점심 때면 이곳에서 따듯한 한끼의 식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무료급식소가 시에서 운영하거나 국가 보조를 받아서 운영하겠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마침 터미널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마침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무작정 들려보기로 했습니다.
도대체 이곳에서 날마다 무료로 급식을 나누어주는 사람들은 누굴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마침 청소를 하시는 아저씨 한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변 정리를 하는 듯 떨어진 낙엽을 열심히 쓸고 계셨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하던 일만 부지런히 하고 계셔 말 붙이기가 미안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직 무료급식 시간이 안되었나봐요...." 하고 물으니
"벌써 급식이 끝나고 지금 정리하고 있는 중인데요..."하신다.
"12시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은데요..."
"아,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아침을 드시지 못했기 때문에 아침 점심을 합쳐 아점을 드십니다..."
"그래서 조금 일찍 11시에 드시고 가십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것인가요?"
"아니예요, 성당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쌀이며 부식을 제공받기도 하나요?..."
"아닙니다 한푼도 시에서 보조 받는 것 없고 성당에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봉사도 무료로 돌아가면서 합니다.."
궁금한 것을 자꾸 물으니 자세한 것은 안으로 들어가서 수녀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고 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무료급식이 끝나고 마무리를 하느라 정신 없이 바빴습니다.
수녀님께 양해를 구하고 이곳저곳 둘러보았습니다. 며칠 전에는 모 신문사에서 취재를 왔는데 혹시나 무료급식을 하시는 분들이 불편할까봐 일단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곳의 급식소는 1997년 IMF로 어려움을 겪을 때 바닷가에서 시작해 올해로 10년째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무료 급식을 하는 사람도 꾸준히 늘어나 현재 적게는 100명에서 150명이 이곳에서 한끼 식사를 드시고 간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아점을 드시고 가실 때 집에서 빈도시락을 가져 오면 저녁 도시락도 싸준다고 합니다. 11시에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다음날 점심 때 까지 배를 골아야 하는 노인분들을 위한 배려라고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도시락이 아닌 비닐 봉지를 들고 와 싸드리기 불편할 때가 참 많다고 합니다.


청소하는 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이곳으로 나왔습니다.이곳은 식사가 준비되기 전에 오신 분들이 기다리는 곳이고 사람이 많을 때는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원래 65세 넘으신 분들만 무료급식을 해드려야 하지만 젊은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합니다.젊은 사람들이 어떤 사정으로 오든 젊은 사람 배를 굶길 수는 없지 않냐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참 푸근해 보였습니다.
요즘 가장 큰 걱정은 점점 경기가 나빠지는데다 겨울이 다가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최소한의 끼니야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지만 혼자 계신 분들이 기름은 고사하고 연탄을 아끼려고 추운 곳에서 잠을 주무시는 분들이 참 많다고 합니다. 일일이 챙겨 드릴 수 없어 참 안타깝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은 모두 날마다 교대로 무료 봉사를 하러 나오신다고 합니다. 자신의 일도 바쁜데 아침에 나와 음식을 준비하고 급식을 나누어 주고 마무리까지 하다보면 오후 2시가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사랑없이는 결코 할 수 없는 것이 몸으로 실천하는 봉사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봉사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울 때는 날마다 오시던 분이 안오실 때인데 오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일일이 돌봐드릴 수 없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합니다. 자녀들이 있지만 객지에 나가 소식이 없어 혼자 남은 독거 노인이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들을 때 가장 가슴 아프다고 합니다. 또 자식들이 무료급식소에 나가지 말라고 해도 혼자 밥먹는 것보다 함께 먹는 것이 좋다며 이곳에 나오는 독거 노인도 계시다고 합니다.


"아유, 사진 찍지 말아요, 뭐 큰 일 한다고 사진을 찍고 그래요..."
내일 급식에 나갈 김치를 버무리는 아주머니의 웃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나도 살기 힘든데 다른 분들과 독거 노인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뭐든 나누면 정말 기분 좋은거 아닌가요?..."
아픈 허리를 펴며 아주머니가 또 말을 받습니다.
불쑥 찾아와 너무 오래 시간을 뺏어 죄송하다는 인사를 건네자 괜찮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봉사자들......
그 웃음이 올 겨울에도 노숙자나 독거노인에게 든든한 사랑의 울타리가 되어 줄 것이라 믿게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