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어머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2008. 11. 27. 11:42세상 사는 이야기

가끔 아내가 어머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 들어 불쑥 불쑥 느끼는 생각이다.
두 아들이 벌써 다 커서 하나는 대학입시를 눈 앞에 두고 또 다른 녀석은 고등학교 1학년인데  두 녀석의 뒷바라지에 열성적인 아내를 볼 때 마다 예전에 어머니를 보는 듯하다.
아들만 사형제였던 어머니는 평생 아들들 뒤치닥거리만하다 지난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아마 이맘 때쯤이면 농사일 모두 끝나고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아들집을 돌며 한해의 고단함을 씻곤 하셨는데 겨울이 되니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다.
어머니는 어릴 적 우리 사형제가 아버지에게 떼를 쓰다 혼이나면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였고 아버지가 사주지 않던 고무신이나 운동화도 몰래 사주시곤했다. 봄이면 산에 고사리와 고비와 취나물을 뜯어 이십여리 떨어진 시장에 내다 팔고 모내기 철에는 마을에 모내기를 도와주고 받은 돈을 모아두었다가 오직 자식만을 위해서 지갑을 열곤 하셨다.
친한 친구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했을 때 가난 때문에 대학을 포기하고 농사꾼이 된 형에게 늘 미안해 하셨던 어머니.... 내가 직장에 다니며 야간대학을 다닐 때 늘 반찬을 싸다 주시며 끼니를 거르지 말라며 걱정해주시던 어머니.........
결혼한 후에도 보내드린 용돈을 장농 속에 넣어 두셨다가 손주들 생일이나 입학등 기념일 때 마다 용돈으로 돌려주시곤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 옷가지를 정리하다 장농 속에서 나온 흰 봉투에는 추석 때 드렸던 용돈 봉투가 그대로 있있는데 그 것을 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었다.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겠지만 아내 역시 자식에게 지극 정성이다.가난 때문에 배움을 포기한 것이 평생 한이 되었다는 아내는 옛날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식이 원하는 것은 다해주려고 한다.
내가 아이들을 심하게 나무라면 뒤에서 조용히 아이들을 다독여주고 늘 아이들이 편하게 기댈 수 있는 피난처가 되어 주려고 한다.작은 옷가게를 15년째 하고 있는 아내는 가게 문을 닫은 적이 거의 없다. 아주 특별한 일 때문에 문을 닫은 것 말고는 정기적으로 쉬어 본 적이 없다.동대문과 남대문 새벽시장을 뛰어다니며 밤새도록 물건을 떼어 두 시간 쪽잠을 자며 끙끙 앓아도 가게에만 나가면 원더우먼이 되는 아내 ..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억척스럽게 일하시던 어머니 모습이 보인다.
자신을 위해서 돈 쓰는 것은 아까워 바들바들 떨어도 자식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주시던 어머니....그리고 아내.............
자식을 위해 희생한 것이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았다는 어머니 말씀처럼 오늘도 아내는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아내를 볼 때 마다 문득문득 어머니가 생각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