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강도 용의자로 만든 형사를 만나보니.......

2008. 11. 25. 22:10세상 사는 이야기

먼저 이글을 쓰기 전에 11월 23일 포스팅했던 "마트에 간 아들 강도 용의자가 되었습니다.'라는 기사에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들에게 전화를 받고 마트에 전화를 걸어 당시 cctv가 보관되어 있고 올라오면 볼 수 있다는 것과 담당형사와 통화해 아들을 용의자로 몬 연유를 듣고 상경하기고 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팀장이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 다시 검토한 후 뒤늦게 아들이 용의자가 아니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정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학원 선생님들이 아들을 다독여주고 진정시켜 시험은 무사히 치루었다고 하더군요.
사건 당일 직접 올라가 자초지종을 듣고 마트에서 cctv를 다시 볼 심산이었지만 너무 늦어 전화로 약속을 해놓고 다음 날 일찍 떠나려고 했었습니다. 담당 형사는 혐의가 벗겨 졌는데 먼길을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꼭 가서 확인해야겠다고 하니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나는 새벽에 아들이 강도 용의자로 몰리게 된 사연을 블로그에 남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일찍 떠나 경찰서로 향했습니다.점심시간에 맞춰 아들과 만나 점심식사를 하고 경찰서로 가볼 요량이었는데 네비게이션이 엉뚱한 곳을 가르켜 한 바퀴 돌다보니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그런 와중에 형사팀장에게 전화가 왔더군요.
지금 다음 메인에 떠 있는 글을 보았노라고.....그리고 지금 올라오고 있는 중이냐고.....
우여곡절 끝에 경찰서에 도착을 했습니다. 아들을 용의자로 지목했던 형사와 팀장과 또 다른 형사등 세 분이 나오셨더군요.
아들을 용의자로 지목했던 형사는 아주 젊고 팀장은 차분해보였습니다.
"올라 오시느라 고생했지요?"
"예, 많이 헤맸습니다..."
"먼저 어제 일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아들과 가족에게 큰 상처와 걱정을 끼친 점 어떻게 사과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cctv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묘하게도 아들이 마트에 들렀고 강도사건이 난 용의자와 옷과 얼굴이 너무 비슷해 아들을 지목하게 되었고 그 상황에서 무리한 행동을 하게 되었습니다.전화상으로 말씀 드렸지만 그동안 관행으로 해온 것인데 그것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고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형사팀장은 자신의 이력을 이야기 하며 아래 직원인 젊은 형사가 자신의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의욕이 앞서 아들에게 크나큰 실수를 한 것이니 이해와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보안실로 들어가 문제가 되었던 cctv를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마트에 가서 직접 보려고 했으나 cd가 과학수사대에 있는 것을 갖고 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cctv에 비친 강도의 모습과 아들의 모습이 정말 비슷했습니다.
털이 달린 옷의 색과 형태와 얼굴이 갸름하고 앞머리 커트한 것 까지 아주 비슷했습니다.
강도는 마스크를 썼고 아들은 쓰지 않아 얼굴을 자세히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들이 이렇게 용의자로 몰린 것이 꼭 내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머리가 길었던 아들을 자르고 올라가라고 했던 것도 나였고 문제가 된 옷도 안가져 간다는 것을 날씨가 추우면 입으라고 나중에 택배로 보내주었던 옷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많은 형사들이 함께 이 cctv를 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정밀 분석을 한 결과와 아들을 직접 만나본 결과 용의자가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다짜고짜 아이를 추궁하면서 공포심을 유발시킨 것과 수색영장도 없이 아이의 방을 뒤진 것은 명백한 잘못이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하며 아이에게도 찾아가 사과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전날 가려고 했지만 나와 통화를 하지 못했고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망설였는데 오늘 다시 가보겠다고 하더군요.
경찰서에서 형사와 팀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만의 직업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도 조금은 이해가 가더군요.
30년을 넘게 이 생활을 해온 팀장은 일에 치여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고 진급에도 신경을 쓰지 못한 채 지금까지 생활해왔고 젊은 형사 역시 과중한 업무와 사건 때문에 쉴 시간이 없다는 애로점을 털어 놓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여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가 머물고 있는 방에 들러 보고 난 후 학원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어제 수고해주신 선생님을 찾아뵙고 아들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아들은 일이 잘 해결된 것에 안도한 듯 하다 형사들이 찾아온다고 하니 갑자기 긴장을 하더군요.
"너를 놀라게 한 형사들이 너에게 사과하러 올거야......그러니 잠시 만나보렴....아빠는 오늘이 할머니 기일이라서 지금 내려가 봐야 되는데 괜찮지?"
"그리고 네 방에 가 보았는데 한 달 후에는 옮겼으면 좋겠다. 주변 여건이 너무 안좋더구나...나중에 전화로 자세한 이야기 하기로 하고... 참 네 방에 김치와 밑반찬 갖다 놓았고 영양제도 사다 놓았으니 하루에 한 알이 먹도록 해라 ....힘내....아들........"
아들과 헤어지고 난 후 어머니 1주기 기일에 늦지 않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 가는 길에 여기저기서 전화가 왔습니다.
경찰서에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냐고....블로그에 댓글을 보니 고소해라 청와대에 올려서 혼을 내주라는 등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지난 블로그 글에서도 밝혔듯이 아들을 용의자로 모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관행이라는 것을 바로잡고 싶었고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다음 블로그 메인에 뜨면서 이슈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우려와 격려와 용기를 주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결론은 아들이 형사와 만나고 난 후 아들의 반응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어머니 제사를 무사히 지내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밤 11시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형사 두 분이 찾아왔고 진심으로 사과를 하며 앞으로 형처럼 삼촌처럼 도와 줄테니 일이 생기면 전화를 하라고 하더랍니다. 놀랐던 가슴이 진정되고 서로 웃으면서 헤어졌노라 하더군요....그리고 팀장에게서도 전화가 왔습니다.
"진작 아드님을 찾아가 볼 걸 그랬습니다.....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웃는 모습이 정말 해맑았습니다. ..."
"제게 사과하는 것보다 아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과라고 생각했고 다행이 아들도 마음에 안정을 찾은 듯 하니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가장 바랬던 것은 아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아들이 받은 충격을 충격을 준 당사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마음이 편해지도록 해주는 것이 제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댓글에 달린 것처럼 문제를 확대해서 문책하고 이런 관행을 뿌리뽑아야 겠다는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생활하는 가장이었고 동생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그 말 속에 내가 원했던 모든 것들이 들어있으리라 짐작하며 앞으로 친근한 이웃같은 형사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그리고 지난 번 글의 댓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상처도 많이 받고 위로와 격려도 많이 받았습니다. 세상에 자식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제 판단에 대해 못마땅하신 부분이 있더라도 심사숙고해서 내린 판단이었고 그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한 것임을 널리 이해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지난 글에 올려주신 관심과 댓글에 대해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무는 한 해 하시는 일 잘 마무리하시고 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