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 패는 기계 보셨나요?

2008. 11. 4. 15:25사진 속 세상풍경

어릴 적에 겨울이 오면 땔나무 하러 다니던 생각이 납니다. 겨울이 되면 아버지는 아들 사형제와 함께 리어커를 끌고 산으로 나무하러 가곤 했는데 그때는 산림간수가 지켜서 나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군인도시락 아래에 김치를 깔고 들기름과 고추장을 얹고 그 위에 밥을 넣어가서 점심 때 먹던 비빔밥은 지금 생각해도 꿀맛이었는데 그때 나무하기가 정말 지겨워서 아프다는 핑계로 빠진 적도 많았습니다.
아버지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속아주시곤 했는데 .....나무를 해오고도 나무 등걸을 톱으로 자르고 장작을 패는 것도 우리 몫이라서 정말 지겨웠던 기억이 납니다.
톱질과 도끼질을 하고 나면 손에 물집이 생기고 굳은 살이 박히기도 할 정도로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번에 친구를 만나러 갔을 때 찜질방에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찜질방에 들어가 바로 떨어져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 넓은 배란다가 있는 곳으로 나가보니 그곳에는 장작으로 불을 때는 가마터와 자리지 않은 나무들이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소나무 냄새가 진하게 나는 가마터에는 아직도 불이 활활 타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찜질방을 나와 돌아가는데 나이드신 분이 장작을 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보았던 방식이 아닌 기계로 장작을 패고 있었습니다. 힘들이지 않고 나무를 기계에 넣고 가만히 기다리면 저절로 나무가 반쪽이 되어 나왔습니다.


옛날에 장작을 패보고는 한 번도 본적  없는 장작 패는 풍경...그렇지만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고 어느새 장작도 기계로 편하게 패고 있었습니다. 쩌~억 소나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소나무 향이 짙게 배어 나왔습니다.
요즘 농촌에 젊은이가 없으니 젊은이를 대신해 주는 것이 기계라고 하더니 장작도 이젠 기계로 자르고 패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장작 패는 장면을 보려면 이대근이나 조형기씨가 나왔던 영화 비디오를 빌려보는 게 빠를 거라는 농을 하는 아저씨의 표정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