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선하러 왔냐? 눈 부릎 뜬 사천왕

2008. 11. 11. 13:40사진 속 세상풍경

지난 일요일 양양 낙산사에 들렀다. 양양 산불로 인하여 소실되었던 사찰의 복원이 한창이었는데 그래도 이곳 낙산사를 찾은 사람들이 참 많았다. 수녀님 세 분이 눈에 띄어 기와불사하는 분께 여쭤보니 이곳에 자주 오는 수녀님들이라고 한다.
노송들이 사라진 낙산사는 옮겨 심은 나무들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지만 옛모습을 찾기는 힘들 것 같았다.
몇 백년이 넘었을 벚나무도 잘려나가고 그곳에 사찰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예전에 불에 탄 벚나무 아래 토끼가 살고 있었는데 그 나무도 잘려나가 흔적도 남지를 않았다.
지금 온전하게 남은 것은 사천왕 밖에는 없는데 사천왕은 산불 났을 때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켰는지 바로 옆 종이 녹을 정도로 센 화마에도 살아남았다. 그런 불력을 믿기 때문일까...사천왕의 발 아래는 많은 동전들이 놓여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사천왕을 바라보며 소원을 빈 것 같았다. 그런데 사천왕의 표정을 보니 갑자기 서늘해졌다.
마치 눈을 부릎 뜨고
"너도 적선하러 왔냐?...."
하고 호령하는 듯했다.


사천왕은 밖으로 천신의 위엄과 용맹을 보이고 안으로 보살의 자비를 도와 불법을 지켜 마귀를 강복시킨다고 한다.
동서남북 사방 중에 동은 지국천왕, 남은 중장천왕, 서는 광목천왕, 북은 다문천왕을 일컫는다고 한다.
조선시대 말기에 만들어진 이 사천왕상은 조선시대 말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생동하는 위력의 사천왕이 마치 살아있는 듯 조각되었고 사바세계에서 모든 죄업을 없애고 선을 지킨다는 뜻에서 무기를 쥐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던져 놓은 동전을 보고 있으려니 그다지 마음이 유쾌하지 않았다. 사천왕의 표정도 마치 원치않은 적선을 받았다는 듯 두 눈을 부릎뜨고 있었다.
"마음을 다해 정성을 다하면 돼지 왜 자꾸 내게 동전을 던지는 것이냐..."
값싼 적선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네 진심을 보여다오.......
사천왕의 말이 소리없이 내게 스며드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