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부를 울린 딸의 한 마디

2008. 10. 28. 22:52세상 사는 이야기

내 사촌동생은 정신지체 장애인이다.태어날 때 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난 동생은 일상 생활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지만 식탐이 많아서 고도비만이 된 것이 큰 걱정이신 숙부님과 숙모님은 서른이 넘도록 장가를 보내지 못한 것을 마음아파 하셨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여러곳에서 중신을 하는 사람 덕에 다섯 살 많은 제수씨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제수씨 역시 어릴 적에 소아마비를 알아 두 다리를 쓰지 못하고 목발을 짚어야 걸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가 생기기를 학수고대 하던 숙모님은 동생이 성행위가 불가능하다는 제수씨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두 딸이 시집가고 외아들이라 손주를 보고 싶던 기대감이 좌절로 바뀌자 숙모님은 동생의 정자를 채취해서 인공수정을 해서라도 손주를 보려고 하셨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제수씨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건강한 딸을 출산하게 되었다.
아이는 숙부님과 숙모님 손에서 컸는데 어느새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아이가 늘 발랄해서 아이들과 잘 놀고 유치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는데 초등학교 3학년이 되자 집으로 친구를 데리고 오는 것도 꺼리고 늘 외톨이처럼 혼자 학교를 걸어 다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숙모님에게 손녀딸이 불쑥 이런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할머니, 아빠 엄마가 왜 날 낳았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니...."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게 더 나은 걸 그랬어요.."
아이의 말에 깜짝 놀라 자초지종을 물으니 더 이상 대꾸도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고 한다.
그뒤 왜 손녀딸이 그런 말을 했을까 곰곰 생각하던 차에 아버지를 대하는 손녀딸의 행동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리어카를 끌고 온동네를 돌아다녀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학교에 오갈 때 아버지를 만나면 큰 소리로
"어이, 딸 이제와?...여기타 내가 집에까지 태워다 줄게...."
많은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너무 싫었던 딸은 휑하니 아버지를 피해 달아나곤 했다고 한다.
어릴 적에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엄마 아빠의 장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점점 창피하게 느껴졌는지 학교에서 부모님 면담을 할 때에도 엄마가 아닌 할머니가 꼭 오라고 신신당부 했다고 한다.
주변의 친구들도
"니네 엄마, 아빠 왜그래!....사고 나서 그래?"
하고 묻는 아이들도 있고
"니네 엄마 아빠 병신이라며?.."
하고 노골적으로 놀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학교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손녀딸이 상처가 크다는 것을 알려주고 세심한 관심을 부탁했다는 숙모님......
선생님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고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지만 방과 후나 다른 학년이나 다른 반 학생들이 놀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고 한다.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되고 점점 커가면서 상처를 받을 손녀딸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는 숙모님....
사촌동생은 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제수씨는 늘 딸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눈물 흘리는 일이 많다며 마음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사촌동생 역시 마을 사람들이 병과 폐지를 모아놓고 사촌동생을 주는 덕에 딸의 피아노를 손수 장만해준 아빠 사랑마저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손녀딸을 볼 때 마다 비뚤어질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시간이 약이겠지 하면서도 가끔 속상해서 눈물을 흘린다는 숙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탁히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게 나을뻔 했어요..."
아이의 이 말 한 마디가 아이에게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는데 그보다 더 걱정인 것은 아이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자랄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린 조카가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고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