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수험생 아들과 동행해보니...

2008. 10. 26. 09:09세상 사는 이야기

지정체를 반복하는 고속도로

금요일 오후 4시. 수시 원서를 낸 아들과 동행하기 위해 집을 떠났다. 디자인 계열에 응시한 아들은 그림 그리는 도구를 모두 자신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유일하게 수원의 경희대에 응시한 까닭에 잠자리 또한 걱정이 되어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속초에서 홍천을 거쳐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까지 그리고 다시 서울 방향의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시 시작했다.
문막을 지나면서 차량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 여주에서부터 차량의 지체가 심해지더니 용인까지 평균 30km 속도도 내지 못한 채 느물 거렸다.
말로만 들었지만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되고 금요일에 가장 정체가 심하다는 말이 실감났다.
영동고속도로는 고속도로가 아니라며 특히 지정체가 심한 수도권지역은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으면 안된다는 선배의 말이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예상보다 한 시간 더 걸린 9시가 넘어서야 수원의 경희대 캠퍼스에 도착했다.
(다음 날 시험을 마치고 수원에서 여주까지 오는 낯 시간에도 짜증스러울 만큼 차량의 지체가 심했다)

학교 주변의 모텔은 모두 러브모텔?

9시 30분에 늦은 점심을 먹고 숙박할 곳을 찾아 나섰다. 학교 앞에는 여관이나 모텔이 보이지 않아 차를 타고 한블럭 뒤쪽으로 가보았다.
세무서와 홈플러스가 보이는 곳 뒤쪽으로 돌아가니 음식점과 각종 상가들 그리고 술집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여인숙이나 여관은 눈에 보이지 않고 큰 모텔과 호텔만 눈에 띄었다.
한 바퀴 돌며 작은 곳을 찾아 보았지만 결국 허탕을 치고 8층 높이의 모텔에 차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나와서 방이 없다고 한다. 수시로 시험을 보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아니면 금요일이라서 그럴까!....11시가 다되어가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겉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모텔로 들어섰다. 다생히 방이 있다고 한다. 겉벽면이 검은 색에 불빛도 야릇하다. 이곳의 모텔들은 대부분 차량이 보이지 않게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차량번호도 가려 놓은 차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마치 예전에 러브모텔처럼......
지하에 주차를 하고 카운터로 올라서는데 대학생인 듯한 젊은 남녀가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아들에게 보여주기 무안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서 층을 누르려고 하는데 문에 성인용품점이 6층에 있다는 안내문이 써있었다.아들과 함께 이런 곳에 오니 모든 것이 신경쓰였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프런트 옆에 성인용비디오가 가득 전시되어 있다. 못본 척 카운터에 방을 달라고 하자 프런트 직원이 어떤 곳으로 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일반실은 5만원 준특실은 5만5천원 특실은 6만원이라고 했다. 차이가 뭐냐고 하자 방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일반실로 끊고 306호실로 들어섰다. 내부는 흐릿한 조명에 더블침대가 놓여있었고 까운과 수건이 놓여있다.


침대 탁자에는 전화기와 재털이와 콘돔이 놓여 있었다. 콘돔을 집어서 슬그머니 탁자 뒤로 떨구었다. 괜시리 아이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컴퓨터는 고장이었고 TV는 화질이 좋지 않았지만 성인용방송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욕실은 방에 비해 넓었고 월풀이 갖추어져 있었다.


샤워를 하고 아들과 함께 잠을 청했다.복도가 시끄러웠고 위층에서 월풀하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신경쓰였지만 피곤해서 그런지 이내 곯아 떨어졌다.
아침 7시 30분 모텔에서 나와 아침 식사할 곳을 찾아나섰다. 어제 숙박업소를 찾는 것 만큼이나 아침에 영업을 하는 식당을 찾기가 힘들었다. 차를 몰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해장국집을 찾았다. 메뉴는 간단했다.설렁탕과 선지해장국 그리고 삼겹살..식당 입구에는 수원삼성 축구선수단의 이운재 신영록등 낯익은 선수들의 친필 사인이 눈에 띄었다.   식당 안은 손님들이 붐볐고 담배연기 자욱했다. 아침에도 삼겹살에 소주를 먹는 사람들이 있었고 수험생 엄마와 딸도 보였다.그중에 대학생인 듯한 남녀는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며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둣했다. 어제 설렁탕을 먹은 탓에 선지해장국을 시켰는데 아들은 벌써 긴장이 되는지 반공기 밖에 먹지 않았다.

수시 시험장 풍경

8시에 학교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부터 차량정리 하는 교직원들이 바쁘다 .가까운 곳에서 온듯한 후배들의 응원구호도 보였다.국제경영대 건물에 도착해서 아이와 함께 실기고사를 보는 교실에 들어섰다.벌써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고 그림 그리는 도구 정리를 하고 있었다.


한 교실에 20명정도 시험을 보는데 아이들 모습에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시 경쟁률이 무려 55대 1이니 어느 누가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그림을  그리는 책상은 평소 대학생들이 앉는 책상을 두 개 붙여놓았는데 180이 넘는 키의 아들에게는 너무나 작고 좁아 앉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아직도 25년전 내가 다닐 때와 책상의 크기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이의 등을 두드려주고 밖으로 나와 기다리는데 비가와서 그런지 날씨가 너무 쌀쌀하다.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차안에서 잠을 청하거나 1층 학부모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는데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영화를 틀어주었다.
"사랑해 말순씨'와 영화 '식객' 연속 상영되었다.
시험을 보는 동안 교실 안 출입이 통제되어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화장실을 갈 수 없어 애를 먹었다. 다른 학부의 건물로 가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최소한 화장실은 개방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학교는 실기가 4시간을 배정해 주었는데 이곳은 3시간 밖에 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추측해보니 오후에 국제경영학 수시 합격자의 면접시간과 맞물려 시간이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만큼이나 긴장된 마음을 풀기 위해 차를 타고 학교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캠퍼스에는 가을냄새가 물씬 궁겼는데 학교 주변에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회의 대자보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토요일에도 수강을 하려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고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박물관을 관람하려고 했으나 주말에는 관람할 수 없다고 했다.
3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아이들이 시험을 마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이의 표정은 밝았지만 경쟁률이 워낙 세다보니 안심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수고했다...그리고 걱정하지 마라, 앞으로 더 많은 경쟁을 해야하는데 마음 편하게 생각해, 최선을 다했으면 됐다...."
아들에게 수고와 위로의 말을 건네려고 하는데 딱히 할 말이 없었다.
11월20일 좋은 소식이 전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