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갸우뚱하게 만든 온천축제

2008. 10. 14. 12:22세상 사는 이야기

지금 속초는 축제가 한창이다. 10월10일 부터 "속초는 축제다"라는 모토로 네 개의 축제가 열렸는데 그 시발점이 대한민국 온천 대축제가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 열리고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설악문화제와 젓갈축제가 함께 열릴 계획이었다. 이어 강원과학축전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것이라고 홍보했었다.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대대적으로 홍보되었고 온천축제 개막식에도 강원도 정무부지사와 전국온천협회 관계자와 시장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시작되었다. 10월1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이선희등 유명가수들의 축하공연과 다음날 온천아가씨 선발대회와 노래자랑등이 이어졌다. 그런데 사흘이 되기도 전에 축제가 끝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바쁜 일상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고 일주일간 한다는 소리에 여유있게 기다리다 3일째 저녁에 지인들과 함께 온천축제가 열리는 엑스포장을 찾았다가 황당했다.
축제장에 들어섰는데 불이 모두 꺼져있고 한 곳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벌써 온천 축제가 끝났나요?"
"저도 구경 왔는데 이상하네요...일주일간 한다고 했는데 점심 때 모두 철수했다고 하네요.."
물어보는 사람 모두 어리둥절해 할 뿐 이유를 몰라했다. 


엑스포장 거리마다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10월10일에서 16일까지 청초호 유원지 일원에서 온천축제가 열린다고 했는데 13일 오후에 이미 파장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를 했다. 날씨가 추워서 혹은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이 없어서라는 소리가 들렸다.


7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인데 축제장은 어두컴컴하고 한곳에만 불이 켜져 있다. 광장에는 경광등을 켠 차량 두 대가 지키고 있었다. 전야제와 온천아가씨 선발과 노래자랑에 왔던 시민들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아니면 이곳이 온천지역이라 그런지 별 호응을 얻지 못하자 일찍 철수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안에 들어서니 온천에 관한 사진이 눈에 띄었고 편안하게 누운 조각상이 보였다. 이곳은 온천 체험장인데 축제가 끝날 때 까지 시민들이 온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컴컴한 곳에서도 관람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곳도 내일이면 철거한다고 했다.


수안보 온천 체험관에서 족욕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이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철수한 상태인데 사진을 찍으며 이곳저곳 두리번 거리는 나에게 광장을 지키고 서있던 사람이 물었다.
"이곳에 관계자 되십니까?"
"아니요 구경왔는데 벌써 온천축제가 끝났나 보네요..."
"아,예...축제는 끝나고 설악문화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온천축제가 16일까지 아닌가요?"
"예...그런데 설악문화제가 너무 촉박해서 온천축제를 빨리 끝내고 지금 설악문화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신이 누구라고 밝히지도 않은 채 일방적인 이야기만 전하고 뒤돌아 섰다.


텅빈 천막에 불이 꺼져 있다.이곳에 전국 각처의 온천 홍보관이 있었지만 13일 오후에 모두 철거 되었고 가장 큰 곳도 14일 오전에 철거 중이라고 했다.


온천을 홍보하던 팜프렛이 그대로 쌓여있다. 아마도 온천축제에 대한 홍보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날씨가 춥고 관람객이 없어서 철수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음 축제를 알리는 설악문화제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흥겨워야할 축제가 불이 꺼진채 썰렁했고 몇몇 상인들이 축제중에 영업할 가건물을 짓고 있었다.


아침에 시청에 전화를 해보았다. 담당자가 축제장에 철거를 위해서 나갔다며 원래 온천축제가 경축행사만 이곳에서 하고 나머지는 각 지역의 온천마다 개별적으로 행사를 하고 할인을 해준다고 했다.
외지에서 참여했던 사람과 시민들이 알고 있던 날씨가 춥고 관람객이 없어 일찍 철수했다는 것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며 절대 아니며 원래 계획대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진위야 어찌 되었든 이곳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조차도 왜 철수하는지 모르고 시민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온천축제였다. 


각 지역의 참여업체인 온천에 서너군데 무작위로 전화해 보았다. 온천축제 때문에 할인해주는지 물어보니 평소에도 할인해주고 온천축제기간이라서 특별하게 할인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 어떤 곳은 전화를 받는 사람이 온천축제가 속초에서 열리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속초 지역의 온천들은 온천기간동안 40~50% 정도 할인된 금액으로 온천을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 홈페이지에는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었고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야 얼마나 할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 대표번호로 적힌 전화번호는 팩스전화번호여서 통화를 할 수 없는 곳도 있었다.
외지인에게는 할인이 큰 혜택일지 몰라도 이곳에 사는 시민들은 연중 똑같은 가격으로 온천을 즐길 수 있어서 그런지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온천축제.

축제장을 돌아보며 시민의 축제가 아닌 온천관계자들과 행정담당자들만이 참여한 그들만의 리그로 끝났다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