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교통사고 현장 차마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2008. 9. 29. 07:16세상 사는 이야기

금요일 오전 11시경이었다. 공장에 급히 볼 일이 있어 형님과 함께 차를 몰고 양양으로 나가는 길이었다.비가 내리고 난 후 갑자기 서늘해진 날씨 탓에 감기에 걸렸다며 연신 콜록거리는 형님이 약국을 들리자고 한다.10분을 지체하고 다시 터미날을 지나 외옹치로 향하는데 또 신호등에 걸린다.  이상하게도 빨간 신호등에 잘 걸리는 날이 있다. 더군다나 약속시간이 촉박할 때 빨간 신호등은 야속하기 그지없다.
다시 차를 몰고 대포동으로 향하는데 다시 외옹치항와 농공단지 들어가는 사거리에서 빨간 신호등에 걸렸다.
"오늘 일진이 안좋을 모양이군"
감기로 골골하는 형님이 빨간 신호등에 자주 걸리는 날은 조심하라는 미신을 믿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파란색 직진 불이 들어오려고 하는데 대포동으로 내려가는 길에 갑자기 경찰차가 비상등을 켜고 급하게 회전을 하더니 멈춰섰다.
사거리를 지나서 내려가는 길에 사고가 난 듯 했다.
직진신호와 함께 앞으로 나가는데 이차선 도로가 갑자기 경찰차로 인해 일차선으로 좁아졌다.
앞으로 나가며 오른쪽을 보니 사람이 누워있고 얼굴에 선혈이 낭자한 채 움직임이 없었다.
"아이고야, 사고가 났다야....사람이 죽은 것 같아......"
몸서리치는 형님의 말과 함께 초등학교 입구에 차를 세우고 달려가 보았다.


횡단보도가 없는 곳을 건너려고 하다 사고가 난 것인지 아니면 인도로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내려오는 차량에 치인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사고차량은 노란색 유치원 차였는데  유치원 차와 뒤따라 오다 급정거한 흰색 카니발 차량 사이에 50대쯤 되어보이는 아줌마가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119구급대가 올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인지 경찰이 온 뒤에도 아주머니는 그대로 도로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막상 교통사고를 취재하려고 달려온 나는 사고로 누워있는 아주머니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멎은 듯 답답했다.
하늘을 향해 반듯하게 누워있는 아주머니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동안 접촉사고나 화재사고 때 블로그에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자세하게 사진을 찍어 함께 사고 소식을 전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한순간에 교통사고로 길바닥에 누워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안돼'
내안에 잠재되어 있던 의식이 나를 강하게 질책하거나 제어하는 것 같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응급처치에 대해서 모르는 듯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는데 멀리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차가 달려왔다.
구급차가 도착하자 일사천리로 아주머니의 상태를 확인한 구급대원은 조심스럽게 환자를 차에 싣고 쏜살같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경찰이 사고 처리를 하는 동안 멍하니 서있던 나는 사고 경위도 제대로 듣지 못한 체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형님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자
"그러게 왜 그런 곳엘 가......사고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속이 미슥거리는데 그런 곳을 뭐하러 봐...."
형님의 말을 들으면서 사건 사고 취재를 하는 신문기자나 방송기자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한 직업의식이 없으면 절대 취재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사망사고는 아니었는지 신문이나 방송을 검색해봐도 내가 보았던 사고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어제 다시 그곳을 지나며 본 자리에는 흰색 라커와 핏자국이 선명했다. 끔찍했던 사고현장이 다시 떠올라 가슴이 서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