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은 병일까 습관일까

2008. 9. 27. 08:48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밤에 과음을 한탓에 속이 볶이고 머리가 띵하다.속이 안좋아 2주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어제는 중요한 자리라서 식사를 하고 반주로 술을 마셨다.
그동안 새로운 사업준비 때문에 서로 바쁘게 일한 사람들도 함께 회식을 하게 되었는데 식사를 하며 마신 술에 자연스럽게 고기부페집으로 2차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생맥주에 소주를 섞어 먹는 일명 서민 폭탄주를 마시게 되었다.
몇 잔 먹지 않아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함께 일하던 사람중에 평소에 말이 없던 사람이 술이 들어갈수록 말이 많아지고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잘 모르니 그려러니 했는데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지난 번에도 한 번 술자리를 갖은 적이 있었는데 술이 들어가면 주사가 있는 사람이었다.
일종에 술주정인데 말이 많아지고 남의 말 듣지않고 자기 멋대로 지껄이며 언성을 높여 사람들의 대화가 불가능했었다.
집에 먼저 가라고 해도 가지않고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눈쌀을 찌푸리게 해서 기분이 언짢었는데 오늘 다시 그런 모습을 보니 그때의 생각이 떠올랐다.마지막으로 노래방에 가서도 그의 술주정은 이어졌는데 노래방 여사장을 끌어 앉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비붙고 남의 노래 뺏어 부르고 그야말로 인사불성에 안하무인에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판은 깨어지고 말았다.
그 사람의 술주정을 보며 저것이 병일까 습관일까 하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되었다.


술주정하면 내 기억 속에 너무나 황당무계하고 기분 나쁜 추억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사촌형이었는데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일찍 사회에 나갔는데 가끔씩 우리집에 들리곤 했다. 그런데 술버릇이 고약했다.평소에 말이 별로 없다가 술만 먹으면 난폭해지고 말이 많았는데 국민학생이라 나이가 어렸던 나는 그런 사촌형이 무서워서 늘 도망다니곤 했다.
아버지는 불우한 환경 탓이라고 했지만 크면서 나는 친구를 잘못 만났거나 술을 잘못 배운 탓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어머니에게 잘 대하다가도 술만 취하면 돌변해서 어머니에게 욕을 하기도 하고 탁상시계를 집어 던져 문에 박힌 적도 있었다. 아버지는 사촌형의 사정을 워낙 잘안다며 늘 참다가 다음날 술이 깬 다음 불러놓고 타이르곤 하셨다.
그때는 또 순한 양처럼 변해서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란 말밖에는 하지 않았다.
순한 양을 야수로 변하게 하는 술..... 아버지는 술버릇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병이라 생각했었다.
친구의 아버지도 평소에 내성적이었다가 술만 들어가면 폭언에 폭행을 일삼아 지금도 그 친구는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아버지가 저렇게 변하는 것은 모두 술 때문이라며 자신은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하더니 정말 지금껏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평소에 억눌렸던 것을 꾹꾹 참고 있던 일들이 술이 들어가면서 제어가 되지 않아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주사......
지금도 술주정을 하는 사람을 볼 때 마다 나는 확신이 가지 않는다. 술주정이 습관이나 버릇인지 아니면 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