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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우유를 몰래 버리는 아이들

2008. 9. 24. 10:12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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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무렵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 나가는 길이었다. 아무래도 반주로 음주를 할 것 같아서 걸어가는데 빠른 길로 질러 가려고 교육청을 지나 초등학교 샛문으로 들어섰다.
오른쪽에는 유치원과 저학년 교실이 있고 왼편은 주차장과 자전거 보관함이 있는 곳인데 주차장 있는 곳으로 향하다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우유들을 발견했다.
요즘도 우유를 버리는 아이들이 많은가 보구나.....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다.


6년 전 방과 후 특기적성 교육으로 글짓기를 가르칠 때면 아이들이 늘 내 책상 위에 우유를 갖다 놓곤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선생님을 생각해서 갖다 주는 줄 착각하고 고맙게 받았다.
그런데 날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학년 수업 시간에 한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아이들이 우유를 먹지 않고 가방에 넣어 갖고 다니거나 내게 갖다주는 이유가 뭐니?"
그러자 아이는 아직도 이유를 모르냐는 듯 갸우뚱 거리며 말을 했다.
"요즘 우유 먹지 않은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맛이 없어서 안 먹는다는 아이도 있고요...먹으면 배가 아파서 안 먹는다는 아이....또 우유를 먹으면 몸이 가렵다는 아이도 있어요...."
"그럼 안 먹는 우유는 어떻게 하니?"
"집에 가져 가는 아이도 있는데 대부분 남을 주거나 뿌리미를 해요..."
"뿌리미가 뭔데?"
"옥상이나 높은 곳에서 집어 던지는 거예요...어떤 아이는 뜯지 않고 그냥 던지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주둥이를 열고 우유를 부어버리기도 해요...."
그때 많을 때는 10개가 넘는 우유를 받은 적도 있었는데 가방에 넣지를 못해서 비닐 봉지에 담아 집으로 가져오곤 했다.
다행인 것은 두 아들 중 큰놈이 하루에도 우유를 1.8L 이상 먹을 정도로 우유를 좋아해서 남아나질 않았다.


학교 후미진 곳을 돌다보니 구석구석 내용물이 그대로 들어있는 우유들이 버려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학교 임원인 듯한 어린이가 집으로 가려고 나왔다.
학생에게 요즘에도 이렇게 우유를 먹지 않는 아이들이 많은지 물어보았다.
"점점 우유를 먹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요...저도 매일 우유를 먹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집에 가져가면 왜 안먹었나며 엄마한테 혼나서 남을 주거나 버려요..."
"어떤 아이는 날마다 먹지 않는 아이들 우유를 수거해 가는 아이도 있어요.할아버지 할머니 갖다 드리면 좋아하신대요.."
"우리 생각보다 부모님 생각대로 우유급식 신청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거예요...학생들이 원하는대로 하면 먹을 학생이 얼마 되지 않을 거예요.."
평소에 우유에 대한 불만이 있는 듯 한참을 이야기 하던 학생이 웃으며 이런 말을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쵸코우유나 바나나우유같이 맛있게 해주면 많이 마실 거예요....흰우유는 정말 싫어요..."
학원에 가야한다며 손을 흔들며 뛰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왜 우유가 아이들에게 찬밥신세가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보도에 의하면 낙농회가 조사한 우유 급식율이 2003년 ‘우유 좋아∼ 우유 좋아∼ 우유 주세요∼’로 시작하는 ‘우유송’이 초등학생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98.6% 까지 치솟앗지만 2004년 81.4%, 2005년 76.9%, 2006년 77.8%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이유는 아무리 영양가가 높다고 해도 변하는 아이들의 입맛에 맞추지 못하다 보니 점점 기피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거기에 간혹 배탈이나 아토피증상 때문에 우유를 먹지 않는 아이들도 많아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되고 결국 급식우유는 학교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우유를 멀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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