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넘은 동네 방앗간 터를 둘러보다

2008. 9. 19. 10:21사진 속 세상풍경

누구에게나 추억은 소중하다. 그것도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을 다시 보았을 때의 기쁨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더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추억이나 그리움의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미 현실에 남아있는 것들이 별로 없어 아쉬울 때가 많다. 내가 살던 고향도 이미 어릴 적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커다란 미루나무도 베어지고 길도 모두 없어지거나 새로 나고
집들도 사람도 모두 변해버렸다.
그래서 고향에 갈 때면 늘 아쉬운 마음이 들곤 했는데 이번에 우연히 춘천을 다녀오는 길에 그 추억 한자락을 엿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곳은 초등학교 다닐 때 방앗간을 하던 곳인데 1년 후배의 집이었다.
그때 비포장 도로였던 이곳은 가락재 고개와 느랏재 고개를 넘어 춘천으로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험해사 한번 넘기도 벅찬 곳이었다.
학교가 끝난 가을이면 이곳 도로주변에는 밤나무가 많아 친구와 함께 밤을 줏으로 갔던 곳이었고 왼쪽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곤 했었다..


지금은 말라죽은 밤나무 아래 옛날 방앗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옛날에는 함석으로 지붕을 했다가 새마을 운동으로 스레트로 바뀌었었다.


다 허물어져 가는 흉가같은  방앗간 터지만 내게는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 어릴 적에는 엄청 크게 느껴졌었던 방앗간.....흙벽과 옛 나무 그대로 남아있는 외형이 지금은 너무나 작 보였다 


무너진 담벼락 사이로 안을 들여다 보았는데 풀과 거미줄 때문에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옆으로 간신히 비집고 들어가 보았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내부에는 예전에 방아를 찧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후배네도 이곳에 이사를 와서 방앗간을 했는데 오래전 부터 방앗간을 해오던 이곳이 족히 70년을 넘었을 것이라고 했다.


도정할 때 쓰이던 통들이 그대로 남아있다.바닥에는 몇 년 전까지만해도 누군가 이곳에서 살은 듯 연탄재가 쌓여있다.


뚫어진 지붕 위에는 호박 덩쿨이 감아 올라가고 그 위에 호박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때 돌아가던 끈(어릴적 이것을 피대라고 했다)이 아직도 그대로 허공에 걸려있다.그때 온동네를 시끄럽게 하면 돌아가던 방앗간 기계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 하다...


뻥 뚫린 천정에 그대로 남아있는 기계......온통 기계로 가득차 있던 이곳을 후배의 아버지는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고 우리는 겁이나서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다.지금처럼 가을 추석 전후면 이곳은 쌀을 찧으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외형은 그대로 남아있는 방앗간...언제 헐릴지 기약할 수 없는 어릴 적 추억의 방앗간  위로 고속도로가 놓여지고 있다. 남들에게는 흉가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는 방앗간 터......한참을 마음 속 카메라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