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한가위가 불편한 사람들

2008. 9. 12. 10:12세상 사는 이야기

사람마다 기구한 사연을 간직한 사람이 참 많습니다.
가정불화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도 있고 사업에 실패한 후 절치부심하며 재기하려 몸부림 치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생의 포기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풍경이 낯선 일이 아닌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네 현실인데 이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명절은 소외감과 불편함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합니다.
이번 추석에도 고향에 갈 수 없거나 가기 불편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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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장님은 7년전에 사업에 실패하고 재기를 노리는 사람입니다.
더 이상 실수하면 안된다며 꼼꼼하게 사업을 준비중인데 ....명절이 다가오자 안절부절 못합니다.
6월에 특허를 내기 위해 받았던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지막 남은 집을 팔고 가족이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아내는 잠시 절에 가있고 딸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에 가족이 모일 곳이 없어서 그냥 이산가족처럼 지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삿짐은 남의 집 창고에 쌓아놓고 한 칸 짜리 월셋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죽기로 작정하고 사는데 안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는데
이번 추석 연휴에는 3박 4일 동안 낚시를 하면서 사업구상을 정리해보겠다고 합니다.
말이 사업구상이지 가정을 지키지 못한 책임과 죄의식 때문에 혼자 분을 삭일려고 한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친구 정구는 49살 아직도 총각입니다.
고향에서 농사를 짓다 지금은 건설현장을 다니면서 막노동을 하는데 이번 추석에 부모님을 뵈러 집에 안갈 수도 없고 가면 불편해서 늘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그동안 서른 살이 넘어서 많은 사람들의 소개로 선을 봤지만 이상하게 짝을 찾지 못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선을 보면 늘 퇴짜를 당하곤 했는데 아직도 친구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합니다.
아마도 농촌 총각에 재산도 없고 남의 밭 소작농에 인물도 변변치 않아 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곤 합니다.
일전에는 국제결혼이라도 해볼 요량으로 중국에 몇 번 다녀온 후에는 아예 결혼 생각을 접은 듯 합니다.
주변 사람 말로는 결혼 준비금을 모두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데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국제 결혼 이야기만 하면 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추석에 가도 그 친구를 볼 수가 없습니다. 추석 전날 늦게 고향에 왔다가 성묘만 끝나면 부리나케 떠나버리기 때문입니다.
 
기호 형님은 올 추석이 최악의 해가 될 것 같습니다.
형수가 집을 나간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장남이라 고향에 안 갈 수는 없고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일전에 비디오 대여점을 하다가 사업부진으로 문을 닫고 싱크대 공장에 나가고 있는데 지난 달 갑자기 돈을 벌러 나간다며 쪽지 한 장 써 놓고 집을 나갔다고 합니다.
평생 집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어디가서 무엇을 할까 걱정부터 앞선다는 형님......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지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형님 몰래 인터넷 도박을 하곤 했었는데 점점 도가 지나쳐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할 정도로 푹 빠졌었다고 합니다.
그 일로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고 각방을 쓰고 있었지만 집을 나갈 줄은 정말 몰랐다고 합니다.
자신은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이미 도박 중독에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 사람들과 채팅을 하면서 가출을 결심한 것 같다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그래도 추석에는 부모님을 뵈러 고향을 가야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걱정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니 적당하게 둘러대야겠는데 마땅한 변명거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경기가 안좋아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성묘를 해야 하고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대부분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이번 추석은 불협화음보다는 가족의 화합을 다지는 한가위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