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죽인 노송 담쟁이가 살리다.

2008. 9. 7. 15:04사진 속 세상풍경

10년전의 이 도시의 모습은 어땠을까!......아니면 10년전의 내모습은 어땠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할 때 마다 가물가물 해진다. 사진을 보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그 변화 때문에 흥하고 망하는 것들도 많다.
그중에 가장 안타까운 것은 개발로 인해 훼손되는 자연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에는 논과 밭이었던 곳이 지금은 거대한 아파트촌으로 변했다며 상전벽해를 실감한다던 형님의 귀향소감처럼 하루가 다르게 도시는 변해가고 있다.
그 속에서 아픔을 삭이며 환생한 노송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한다.
속초시 조양동 청대리에는 백년이 넘은 죽은 노송이 있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푸른 솔을 자랑하던 노송이 하천 복개를 하면서 뿌리가 잘리고 난 후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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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산수빌아파트와 코아루 아파트 사이의 작은 하천 사이에 있는 노송인데 소나무 아래 살고 있는 할머니 이야기로는 이곳이 예전에는 낮은 개울이었고 샘터가 있었느데 시에서 하천을 복개하면서 거추장스런 소나무의 뿌리를 잘랐다고 한다. 그리고 시멘트로 발라버렸는데 시멘트 독 때문인지 아니면 뿌리가 잘린 고통 때문인지 잎이 말라가더니 죽어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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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기가막힌 것은 두 그루의 소나무 중에 한 그루가 죽자 옆에 있던 소나무 마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렸다고 한다. 할머니 이야기로는 하천을 복개하면서 시멘트 담을 쌓자 물이 배수가 되지 않아 뿌리가 썩어 남아있는 소나무 마저 죽었을 것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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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보기 흉하니 베어버리자고 했지만 아들이 혹시 살아날지도 모르니 그냥 놔두자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담쟁이가 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노송을 휘감아 올라가 지금은 가지만 남기고 담쟁이가 뒤덮혀 흉한 모습을 가려줘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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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마주보고 포옹하려는 듯한 노송의 모습이 안타까운데....노송은 죽었지만 담쟁이 때문에 그냥 놓아두어야 겠다는 할머니.......노송을 바라보는 백뱔의 할머니 눈에는 늘 푸르렀던 노송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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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을 깊이 파고 오른쪽 소나무 뿌리를 잘라내고 시멘트로 담을 해 쌓았다.소나무 뿌리의 반을 잘라냈으니 살 수가 없었을 것이고 왼쪽의 나무 역시 물빠짐이 되지를 않으니 죽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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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손으로 하천을 가르키며 이것을 복개해서 내가 죽었다는 하소연을 하는 듯한 노송..........
그 아래는 또 다시 주공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다. 미분양아파트가 적체되어 있는데 그래도 아파트는 우후죽순처럼 세워진다.
문명의 이기 때문에 죽은 노송.....그것을 보란 듯이 살려낸 담쟁이.....
그곳을 지날 때 마다 내가 담쟁이에게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