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되어가는 공동묘지 그 이유는?

2008. 8. 25. 10:48세상 사는 이야기

일요일 차량이 없는 아내의 상가에서 근무하는 경비 아저씨의 벌초를 위해 동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9시쯤 떠나서 30분 정도 걸린 백담사의 외가평리라는 곳의 공동묘지에 도착했습니다.
사방에서 흩어져 사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벌초를 한다고 하는데 도착한지 조금 있으니 차량이 올라옵니다.
서울에서 온 사람 원주에서 온 사람 ...모두 바쁘다보니 시간 내기가 여의치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동묘지라는 곳을 도착해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묘지가 보이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묵은 화전밭처럼 잡풀이 무성한 그곳은 숲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묘지는 어디있지요?"
"이곳 좌우가 모두 공동묘지예요....관리를 안해서 묘가 있는지도 잘 모를 거예요.."
"그리고 이곳은 1년만 지나면 쑥대들이 자라 묘지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지요.."
한참을 지나자 이곳에 사는 마을 주민들이 두 분 올라옵니다.
모두 벌초를 하러 올라오신 분들이었는데 그 분들에게서  왜 공동묘지가 숲으로 변해버리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곳의 좌우가 모두 공동묘지인데 묘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이곳은 일제시대 부터 마을의 공동묘지로 이용했었는데 고향을 떠나서 소식이 없는 사람도 있고 외지인들이 몰래 묻고 가는 경우도 많아 점점 무연고 묘로 변해갔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설악산에서 조난사고를 당하는 경우나 자살한 사람들.....그리고 사고사한 후 연고를 모르는 사람들을 이곳에 묻었다고 합니다.
이 지역에 화장터도 없을 뿐더러 외지에서 화장을 하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곳 공동묘지에 묻고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더 이상 묘를 쓸곳도 없는데 자꾸 이곳에 묻자 지난 해부터  마을에서 더 이상 공동묘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마을에서 해마다 벌초를 해왔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은 없고 나이든 사람만 있어 수백장이 넘는 무연고 묘를 모두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만히 들여다보니 비석이 보입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 이곳이 묘지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동안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벌초를 해서 이정도지만 내년이면 이곳이 완전 숲이 되어버릴 거라고 말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벌초를 하다 힘이 들어 잠시 쉬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씩 묘지의 봉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마다 벌초를 한다는 묘지도 풀들이 무성합니다. 한해만 거르면 비석이 없는 묘들은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을 사람들의 묘가 3분의 1 나머지 3분의 2가 무연고 묘라고 합니다.마을 사람들이 관리하지 못하면서 이곳 공동묘지가 숲이 되는 것은 순식간일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각각의 묘지에 공고를 한 후 화장해서 따로 납골묘를 만드는 것이 현명할 것 같은데 마을에서는 아직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 표식도 없는 공동묘지에서 묘를 찾는 것은 오로지 눈짐작 뿐이라고 합니다. 이곳을 다 벌초할 때는 벌초한 풀들을 버리는 것도 고역이라고 합니다. 워낙 다닥다닥 붙어있어 풀들 버릴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으로 장묘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마을 주민 아저씨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어떤 곳은 묘가 있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묘를 쓰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몰래 묻고 가니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웃지 못할 일은 이곳 공동묘지가 숲으로 변해가다 보니 이곳 윗쪽에 집을 지으려고 땅을 샀던 외지인이 나중에 공동묘지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장묘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