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쌀 찌푸리게한 춘천 닭갈비 골목의 호객행위

2008. 7. 12. 15:48세상 사는 이야기

춘천에 사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날이다.
가는데 차가 밀려 식사시간을 놓쳤는데 친구는 나와의 약속 때문에 늦은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한참을 궁리하던 끝에 친구와 나는 춘천의 명물 닭갈비에  반주로 소주 한 잔 하기로 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닭갈비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닭갈비 집집마다 밖에 나와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 아닌가?
100%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닭갈비 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 재촉했다.
"아저씨, 양 많이 줄게 이곳으로 와,응?......대신 남기지만 말아.....빨리 들어와"
"아저씨, 이곳으로 오세요, 양도 푸짐하고 음료수도 써비스로 줄게요.....!"
그때 친구가
'아차,길을 잘못들었네 내 단골집이 이골목의 끝에 있는데 대로로 올라가서 샛길로 들어가야 호객행위를  안보는데...."
하는 것이 아닌가
"이곳에서 늘 호객행위를 하는가?"
"응,특히 요즘 더 심해진 것 같아. 조류독감 파동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양계농가와 또 닭 소비의 감소로 닭갈비집이 영업이 잘 안돼...."
"그래도 잘 되는 집은 손님이 줄어도 큰 타격을 보지 않는데 어떤 집은 임대료와 종업원 인건비 주기도 벅차다고 하더군"
거의 같은 소리를 100여 미터 올라가면서 들으려니 은근히 짜증이 났다.
오죽 장사가 안되면 그러랴 하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호객행위 한다고 영업이 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녁 8시면 영업이 한창이어야 하는데 집집마다 텅비었고 손님이 있는 집도 한 두 테이블 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렵게  친구의 단골집에 도착하였는데 .....아, 이곳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업중이었다.
"참,닭갈비 맛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아닐쎄, 이곳 저곳 다녀보았는데 그래도 이집 닭갈비 맛이 최고일쎄"
"손님이 많이 붐비는 곳은 무언가 다른 맛이 나거나 남이 알지 못하는 노하우가 있는 것일세"
5분정도 기다리다 보니 자리가 하나 비었다.
비집고 들어가 닭갈비를 시켰다.
소주 한 병과 함께 지글거리는 닭갈비.....
겉으로 봐서는 다른 집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았는데....맛은 어떨까?
한 입 입에 넣으니 맛있다.......너무 늦은 만찬이라서 허겁지겁 먹었다.
이집에 비결은 아무래도 양념장에 있는 듯 했다. 파,양배추,고구마,떡볶이 등등 부재료들은 모두 똑같고 닭고기도 대부분 한 공장에서 나오는데 이집만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바로 장맛이었다.
예전에 숙모님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할 때 닭양념장을 잘하는 주방장을 일주일간 특별히 초빙해서 비법을 전수 받아 차렸는데 장사가 너무나 잘되어 사위와 딸까지 서울에서 닭갈비집을 차리기도 했었다.
이십년전 그때 닭갈비 양념장 전수 비법으로 5백만원을 주었었다.
친구와 닭갈비와 소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하다 한 시간쯤 뒤에 나오니 그때까지 아주머니들이 문 입구에 서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한 두 집이면 애교로 봐줄만 하지만 다닥다닥 붙은 닭갈비 집에서 서로 손님을 잡으려는 모습은 정말 눈꼴 사나웠다.
이곳 춘천 명동 닭갈비 타운은 관광객과 외국인도 많이 찾는 곳인데 호객행위가 자칫 춘천시의 관광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
닭갈비가 춘천을 상징하는 대표 먹거리가 되었으니 그에 걸맞는 자정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춘천의 명물 명동 닭갈비 골목에서 벌어지는 호객행위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