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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모르는 수산물 시장 아줌마

2008. 7. 12. 22:33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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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심부름으로 수산물 시장에 갔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시장은 썰렁했다.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린 이곳은 날씨가 더운데다 손님도 없어 참 힘들다고 한다.
오늘 아내의 심부름은 맥반석으로 구운 김과 뽀닥한 명태와 이면수 그리고 고등어 한 손을 사오는 것.....어릴 적 부터 시장구경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시장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상인들과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속에는 우리 주변의 희노애락이 모두 녹아있고 또 내가  모르는 삶의 지혜도 배울 수 있다.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먼저 맥반석으로 구운 김을 사고 시장을 한 바퀴 돌다보니 30분이 훌쩍 지났다.
오늘은 정말 손님이 없다고 어깨가 축쳐진 상인들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어깨가 축처졌다.
늘 가던 곳에 들러 이면수와  명태를 잘라달라 하고 그 앞에서 기다리다 아줌마에게 물어보았다.
"아줌마,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국산이죠?"
그런자 아줌마는 태연하게 대답을 한다.
"모두 국산은 아니고 섞였어요...."
"원산지 표시는 안하나요?"
"그냥 손님이 물어보면 대답해줘요....."
"아직 원산지 표기 안한다고 불평하거나 다툰 적이 없어요"
"요즘 동해안에 나오는 고기가 뭐 있나요..."
그러면서 앞에 놓여있는 가자미와 이면수 그리고 명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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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말린 건어물을 파는 이곳은 국산보다는 수입산이 많다고 한다.워낙 고기가 나질 않다보니 어쩔 수 없이 수입산을 팔게되고 이곳 손님도 그러려니 한다는 것이다. 사진 속에 국내산은 도루묵 말린 것과 가자미 그리고 열갱이와 이면수 밖에 없다고 한다.15년전만해도  동해안 어민들을 풍족하게 해주던 명태가 나오지 않아 모두 러시아산으로 바뀐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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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옆에는 파리들을 쫓느라 대형 선풍기 두 대를 틀어 놓았다. 위 사진 중  어느 것이 국내산 가자미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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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굵고 연한 살색을 띄는 가자미가 러시아산 가자미라고 한다. 국내산에 비해 윤기가 덜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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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국내산 가자미라고 한다. 수입 가자미보다 희고 광택이 난다.태양에 잘 말라서 윤기가 흐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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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부산에서 올라온 참고등어인데 수입산과 국내산을  육안으로도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참고등어는 주로 국내산으로 등 빛깔이 연한 청색으로 물결 무늬가 옆선에까지 이르고 배는 은백색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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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수입산은 등과 옆면의 문양이 국내산보다 선명했다. 이것은 노르웨이산인데  노르웨이산은 등 빛깔이 진한 청색이다. 얼핏 보면 호랑이 무늬 비슷한 물결 무늬다. 한손에 5000원 이었고 국내산은 한 손에 6000원으로 1000원이 더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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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 확실하게 구분되는 국내산과 수입산 고등어 왼쪽이 부산에서 올라온 고등어고 오른쪽이 노르웨이산 고등어다 국내산은 어획량에 따라 가격 등락폭이 큰데 비하여 장기간 냉동 저장하는 노르웨이산은 가격 등락폭이 작다고 한다. 고등어는 커야 제맛인데 등을 만져 봐서 살이 단단하고 배가 하얗되 무르지 않은 것이 좋다고 한다.. 배가 무른 것은 이미 한물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고등어 아가미가 선홍색일수록 선도가 좋은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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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 조기는 원산지가 어디예요?"
하고 묻자
"다른 건 다 아는데 이것만 몰라, 물건 받을 때 박스를 살표보지 않고 물어보지도 않아서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모르겠어.."
"원산지 표시를 하라고는 하는데 일일이 써놓기가 귀찮아서 그냥 파는 거여"
아직도 재래시장은 원산지 표시에 대해 사각지대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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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치는 어디에서 온 것이예요"
"이것은 인도네시아산 인가봐...박스를 개봉할 때 그곳에 인도네시아라고 써 있었어"
아줌마는 자꾸 물어봐서 귀찮다는 듯이 고등어 몸통을 세게 내려쳤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원산지 표시 때문에 머리가 아파"
"지방 사람들은 옛날부터 단골 손님이라 믿고 사가는데 외지에서 관광온 사람들은 꼬치꼬치 캐묻는 통에 너무 힘들어...."
"그렇지만 내가 생각해도 수입산이 워낙 많아 원산지 표시는 하긴 해야되는데....이렇게 난장에서 장사하는 우리는 일일이 원산지 써 붙이기가 힘들어...."
"솔직히 나이 많은 할머니들이 뭘 알겠어...이곳에서 몇십년을 생선만 팔았는데....누가 원산지 표시 해주지 않으면 못하는 할머니도 많아.....그래고 물건을 받을 때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아서 받는 경우도 있어"
"장사만 잘되면 하라는 대로 척척하지 ...."
말끝을 흐리는 아줌마의 말에 힘이 없었다.
예전에 비해 경기도 안좋고 또 대형마트에 밀려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재래시장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그 변화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뒤쳐지는 재래시장을 볼 때 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냥 말 한 마디로 믿고 사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변해버렸다는 아줌마....
원산지 모르는 아줌마에게 오늘도 나는 생선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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