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의 고충을 들어보았습니다.

2008. 7. 10. 15:26세상 사는 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1000여 세대가 넘고 그 주변의 여타 아파트를 합치면 엄청난 세대수가 사는 아파트 밀집촌입니다. 이곳은 차량소통도 많고 언덕이 있는 곳이라 늘 자잘한 일들이 많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지금 이곳 영동지역은 폭염주의보가 내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흘러 내립니다.
이런 날 경비원 아저씨는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지더군요. 사실은 지난번 팔순 아버님이 저희집에 오셨을 때  집밖으로 구경 나가셨다 집을 찾지 못한 아버지를 경비실에 모셔놓고 안내방송을 해준 것이 너무도 고맙기도 해서 인사도 드릴 겸 찾아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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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경비실을 지날 때마다 느낀 점이었지만 이곳은 다른 경비실과 다르게 늘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습니다.
집에서 갖고 온 것도 있고 이사가며 버리고 간 것, 죽었다고 생각하고 쓰레기장에 내놓은 것을 살려놓은 것 모두 사연이 각각인 꽃들입니다.
경비실로 들어가니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고 계시더군요.
"안녕하세요! 106동에 사는 000입니다."
"아, 예! 어서오세요 오늘 날씨 참 덥죠?"
하며 반갑게 맞아주시는 아저씨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합니다.
낡은 선풍기 위에는 조금이라도 열을 식히려는 듯 수건을 적셔 얹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에레베이터 안에 설치해 놓았다는 감시카메라가 모니터에 자세히 보였습니다.
사생활 침해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입주민들의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에레베이터에 얽힌 최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인데 늘 학교에서 돌아오면 경비실로 들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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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인즉슨 아이가 무서워서 혼자 에레베이터를 타지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TV에서 보았던 끔찍한 사건을 보고난 후 부터 혼자 타지를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아저씨가 손을 잡고 12층 까지 바래다 주곤했는데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난 후 부터는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더군요.
언제든 아저씨가 보고 있으니 안심하고 다니라는 아저씨의 말에 용기를 얻었나 보라며 껄껄 웃으십니다.
"하루에 몇 시간 근무하세요?"
"하루 24시간 종일 근무하고 그 다음날 하루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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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밤에 잠시잠시 틀어 잠을 쫓는다는 낡은 텔레비젼 켜져있는 것을 본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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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동 300세대와 연결되어 있는 인터폰....층간 소음이나 민원이 발생할 때 꼭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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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로등과 복도의 전원관리를 이곳에서 수동으로 하는데.요즘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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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정화조가 넘쳤을 때 비상벨이 울리고 긴급전화와 연결되도록 해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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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특별 지시 사항이 맨 위에 걸려있습니다. 첫째는 친절봉사 둘째는 항상 웃는 얼굴로 입주민을 대할 것
셋째는 입주민 및 외래 방문객 차량에 대해서는 항상 거수경례할 것.....그 아래는 경비 근무 태도와 지침서가 걸려있다.왼쪽 옆의 온도계는 오늘 날씨 36도를 가르켰다.


"일하시면서 제일 힘든 점은 어떤 일인가요?"
"쓰레기 정리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입니다."
"종이를 묵지 않고 그냥 내다 놓으고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 일일이 정리하는 일과 고양이가 종량제 봉투를 파헤쳐 놓을 때는 그것 정리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특히 요즘 같은 폭염주의보가 내리면 정말 견딜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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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쓰레기장도 감시카메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쓰레기 정리해놓고 두 시간정도 지나 다시와 보면 어느새 엉망이 되있습니다."
"특히 심한 것은 음식물 쓰레기인데 뚜껑이 닫혀 있다는 이유로 몰래 갖다 버리는 양심없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늘 표정이 밝으시고 즐겁게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하자 경비원 아저씨는 인생 뭐든 안해본 것 없는 사람인데 그래도 지금 하는 일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씀하시는 경비 아저씨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 재활중인 노인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혼자 어렵게 어렵게 들어오시는데 표정은 참 밝아보입니다. 말상대가 없어 하루에 한번씩 이곳에 들린다고 합니다.
"참 지난 번에 지하주차장에 불난 것은 범인을 잡았나요?"
"아,예 그때 참 놀라셨죠? 감시카메라에 잡혔는데 지하라 어두워서 누군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분명하긴 한데......"
지난 번 학생들이 지하주차장에 불을 질러 소방차가 와서 급하게 끄는 소동이 있었는데.....그때 참 난감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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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라도 크게 번졌다면 자신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고 어쩌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었을 거라며 불행중 다행이었다고 웃었습니다.
사실 경비원 일이  어렵고 복잡하고 힘든일이라고 합니다.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못견디고 금새 나간다고 합니다.
아침 6시에 근무교대해서 다음날 아침 6시까지 근무하는데 체력관리를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다고 합니다.
7시부터 8시가지 아파트내 교통정리를 해야하고 (아침이면 유치원차와 학교로 태워 주려는 부모 차량과 출근차량으로 뒤엉킵니다.) 그 다음 쓰레기장 정리와 지하주차장 순찰 , 그리고 하루 일과 점검 택배물건 정리 아파트 소독 각세대분 열쇠 정리 아파트 주민의 민원해결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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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요즘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정말 힘들다고 한다. 피서철이 되면 외지에서 오는 사람이 많고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민원이 폭주하고 주차장이 부족해서 아무 곳에 주차한 차량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내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결코 이일을 할 수가 없어요"
늘 웃으며 사는 것이 내게도 좋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주잖아요!"
70년 살아온 연륜이 느껴지는 경비원 아저씨의 웃음이 내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었습니다.
늘 겉치레로 지나치며 인사하던 내가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인사를 하며 경비실을 나오는데 마지막 한 마디가 더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덕분에 제가 더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