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어머니께 보내는 농사일기

2008. 6. 29. 12:54세상 사는 이야기

어머니 당신이 떠나신지 꼭 6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머니가 가시고 난 후 한동안 곡기를 끊으셨던 아버지도 이젠 밭일에 많이 익숙해지셨습니다.
힘든 일은 큰 형님이 다 하시고 팔순 아버지가 하실 수 있는 일들은 대부분 예전에 어머니가 하시던 일이지만 팔순 아버지에게는 힘에 부치는 듯합니다.
틈나는대로 저도 고향으로 가서 아버지를 도와드리려 하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자주 가지는 못하다 이번 주 억지로 시간을 내서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없이 처음 짓는 농사는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적당히 비도 내려주었고 병해충도 없이 너무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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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늘 심던 그대로 올해도 아버지는 고추와 옥수수 감자....그리고 조금씩 양배추와 상추 치커리 ....그리고 가지와 토마토를 심었습니다. 당신이 즐겨 드시던 상추와 각종 쌈들은 미처 먹을 사이도 없이 잘 자라고 있고 감자도 다음 주면 모두 수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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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형님과 나 그리과 아버지 셋이서 수확한 마늘입니다.그리 풍작은 아니지만 올 한해 가족과 친지들의 일용한 양식이 되겠지요....지난해 어머니가 함께 심었던 마지막 씨앗이었던 셈인데 종자로 쓴다던 마늘도 잘 자라 따로 보관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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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고추들은 잘 자라고 있습니다. 30년을 넘게 어머니가 늘 애착을 보이시던 고추농사 하지만 올해는 반으로 줄였습니다. 팔순 아버지에게는 너무 벅찬 듯하여 반은 남에게 임대를 주었습니다. 늘 장마때면 물이 차는 곳이라 그곳을 돋우고 건설회사 임시 사무실로 빌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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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때 묻은 물조리개와 고추심을 때 쓰던 주전자들은 늘 그자리에 놓여있습니다. 아버지가 쉬시면서 담배를 태우는 곳도 바로 이곳 처마밑입니다. 담배를 태우실 때 마다 어머니 생각을 하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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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우리들에게 지난 해까지는 손주들에게 설탕에 재워서 해주셨던 토마토 설탕무침....생각만해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정말 맛있었는데.......올해도 토마토가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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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을 보면 당신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늘 그 자리에서 피고지던 감자꽃을 보며 잠시 예전에 썼던 감자꽃이라는 시를 되뇌여봅니다.

            감자꽃 이동호 어머니 그리운 날이면 가슴에 감자꽃 핀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허기진 유년의 가난 속으로 눈물로 피던 하얀 감자꽃 서울 간 누이와 집 나간 후 소식없는 형을 가슴에 묻고 말없이 감자를 심으시던 어머니 그때 소리없이 흘리시던 눈물을 먹고 씨알은 점점 굵어가고 그 감자를 먹으며 우린 가난의 강을 건넜다 지금도 어머니 하고 부르면 가슴 가득 흐드러지는 하얀 감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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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과 논에 벼들도 푸르게 푸르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어머니가 심어놓은 더덕은 올에는 유난히 더 향이 짙어보입니다.그리운 만큼 더덕향도 짙어지나 봅니다. 멀리 아버지 모습 보이시지요. 입맛이 없다며 하루 한 끼만 드시고 매일 술만 드시다 지난 달 부터 세끼를 다 드십니다. 지난달 달여드린 한약이 약효가 있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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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에 있는 고야나무에는 고야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새콤달콤한 맛에 보고 있어도 입안에 침이 가득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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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당신이 남기고 꽃들이 올해는 더 색이 진하고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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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 장미는 라일락 나무를 기어올라가 마치 라일락 꽃이 된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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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 옆의 머루나무에도 머루가 달렸습니다. 지난해에는 참 많이 열렸는데 올해는 듬성듬성 열었습니다.
집안 곳곳 어느 곳이든 당신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늘 집에 계시는 아버지가 더 힘들어 하시는 지 모릅니다. 어머니 사진을 보이지 않게 치운 것도 자꾸만 당신이 생각 나고 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어 장농 깊숙이 넣어 두신 듯 합니다.
늘 버럭 소리를 지르며 윽박지르시던 아버지와 그것을 묵묵히 받아주시던 어머니.....
그래서 아버지에게는 빈자리가 더 커 보이고 또 미안한 마음이 크신 듯 합니다.
어머니, 아시지요 아버지의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애정표현에 서툴고 무뚝뚝해 살아서 미처 표현을 못했을 뿐이라는 것을.....
어머니 언제든 마음이라도 오실 수 있으면 언제든 오세요...
당신이 심어놓으신 꽃밭으로 과일나무 아래로 그리고 고추 ,옥수수,감자,더덕밭으로......
당신에 체취가 닿았던 곳에서 번지는 향기,,,,,,,, 그것은 늘 이곳에 머물고 싶은  어머니 마음이라 생각하겠습니다.....천상에서 늘 행복하세요....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