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제로 평생 고통받은 아저씨의 눈물

2008. 6. 25. 14:59세상 사는 이야기

아내의 가게에서 경비일을 맡고 계신 고향 아저씨는 나이가 73세에도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이 있다.
지금은 나이들어 심심하다며 경비일을 맡고 있지만 젊은 시절에는 위문공연단을 따라 월남도 갔다올 정도로 노래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아저씨에게 평생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연좌제인데.....억울하게 당한 아버지의 죽음과 모함으로 평생 취직도 못하고 감시당하고 산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다.
6.25가 났을 때 15세였던 아저씨는 인민군에게 가족이 모두 붙잡혔다가 운좋게 도망쳐 나왔는데 그때 마침 서울에 있던 누님이 그 전쟁통에 가족을 찾아 고향을 내려왔다고 한다.
밀고 밀리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인민군이 왔다가 가고 나면 경찰이 와서 치안을 담당하곤 했는데 그 전쟁통에 파출소에 온 경찰은 나이가 40대 초반이었는데 동네 과부나 반반한 처자가 있으면 아무도 모르게 겁탈을 하고 죽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루는 지리산 토벌대로 가서 소식이 없는 경찰부인과 누님을 불러내 산으로 간 경찰은 반항하는 경찰부인은 총으로 쏴 죽이고 누님은 가족을 죽인다는 협박에 겁탈 당했다고 한다.
당시 자유당 정권 시절이라 무법천지에 경찰의 말에 벌벌떨던 시절이라 누님은 살아서 나중에 꼭 이일을 파헤치겠노라고 이를 악물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대노한 아버지는 경찰서롤 찾아갔는데 오히려 경찰이 아버지를 잡아 본서로 끌고 갔다고 한다.
아버지가 궁금해서 경찰서로 찾아간 아저씨에게 아버지는 손바닥에 '죽도'이라는 두 글자를 써주며 눈으로 빨리 가라는 눈치를 주었다고 한다.두고두고 생각하다 보니 "죽도록 도망치라"는 의미였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저씨가 경찰서에 갔다 온 사흘 뒤 아버지가 풀려났다는 소식이 왔는데 오는 도중에 갑자기 아버지가 실종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중 일이 두려운 경찰이 자신이 저저른 죄가 들통날까봐 억울한 누명을 씌운 다음 집으로 돌아가는 아버지를 쫓아가 솔치고개 정상에서 죽이고 그곳에 묻어버렸다고 한다.
동네사람들이 쉬쉬했지만 모두 어떻게 된 일인지 알면서도 겁이나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그런 불행이 아버지로 끝났으려니 생각했던 아저씨는 전쟁이 끝난 후 취직을 하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가는 곳 마다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궁금해서 알아보니 아뿔사  아버지가 월북한 인민위원장으로 둔갑해서 가족들이 모두 감시를 당하고 취업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아버지가 갑자기 인민위원장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모두 자신의 범죄가 드러날까 두려웠던 경찰이 아버지를 모함하기 위해 꾸민 수작이었는데 속수무책으로 아버지는 죽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더 이상 사회에 있어봐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닳은 아저씨는 군에 들어가 썩기로 결심을 했다고 한다.
학도병으로 몇 번 끌려갔던 아저씨는 군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나중에 아버지의 누명을 꼭 벗기리라 생각한 아저씨는 죽기살기로 열심히 군대 생활을  했고 제대 후에는 작은 가게를 하면서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팔방으로 노력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늘 따라다니는 감시의 눈길 때문에 마음 편하게 장사할 수도 없었고 서류 한 장 복사하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이런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연좌제에 대해 비난이 거세지자 당시 5공 정부는 연좌제 폐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였고(1980년 8월 1일) 이를 헌법에 명문화시켰다(5공화국 헌법 12조 3항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
그렇게 없어진 듯한 연좌제는 겉으로는 사라진 듯해도 서류상으로는 언제나 망령처럼 따라다녔다고 한다.
한 사람의 모함으로 누나는 능욕당하고 아버지는 살해당하고 자신은 평생 연좌제의 그늘 속에서 살았다는 아저씨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이야기 내내  그동안 답답했던 것을 풀어놓으니 가슴이 시원하다는 아저씨....
이제는 파헤칠 기력도 능력도 되지 못한다며 눈물을 훔치시던 아저씨.
이 시대 가장 고통스런 유산은 바로 연좌제였다며 자식들에게만은 더 이상 족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일어서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