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몰래 연금을 깬 죗값을 받고 있습니다

2008. 4. 27. 10:06세상 사는 이야기

무슨 말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이글을 씁니다.
저는 88올림픽이 열린 이듬해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두었습니다.처음 결혼해서 시작한 것은 가구점이었는데 이즉 살면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때가 아니었나 생각이 드는군요.옛날 가구를 파는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배달할 것이 없어서 자전거로 큰 것은 용달을 불러서 배달을 했습니다.물론 돈이 없다보니 차살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죠.
경기도 판교 부근에서 물건을 도매로 가져와서 소매를 했는데 공방이 없는 곳에서 혼자 하다보니 점점 단골도 많아지고 장사도 곧잘 되었습니다. 3년만에  빌린 돈을 값고 좀더 넓은 가게로 이사를 했습니다. 차량도 그때 대우에서 처음 나온 라보를 하나 구입을 했습니다.사업은 점점 나아졌지만 아내에게는 남모르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 사람들을 좋아하고 제 고향이다보니 늘 밤늦도록 술 마시는 것을 너무나 싫어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오랫동안 친구들과 그렇게 지내왔고 또 사업상 모임을 많이 가져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다툼이 많아졌습니다.가끔은 친구들과 고스톱과 포커도 하게 되었는데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도박인줄 알면서도 모임이 끝나고 술 한 잔 하다  분위기에 휩쓸려 잠시 놀다 보면 금새 12시가 훌쩍 넘어가곤 했습니다.
여러모로 고민하던 아내가 어느날 갑자기 불쑥 이러더군요. 이사를 가자고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고 했더니 여기 있다보면 서로 상처만 남고 당신도 이런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혼자라도 떠나겠다고 하더군요.난감했지만 제가 잘못한 것 때문에 아내가 이런 결정을 내렸으니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사이 아내는 먼저 처제가 살고 있는 곳으로 아이 둘을 데리고 떠났습니다.어쩔 수 없이 한 달 동안 가게를 정리하고 이삿짐을 싸서 나도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낯선 곳에 와서 보니 정말 내가 할 것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가구점을 처분한 것으로 처음 아동복 체인점 가게를 시작했는데 시작도 하기전에 체인점이 공중분해되어 본사 보증금 천만원을 순식간에 날려버렸습니다.할 수 없이 서울에서 물건을 떼다가 팔게 되었고 예전보다 먼 거리를 아내는 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었습니다.아이들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닐 때라 서로 힘들었지요.그러면서 나는 학원강사로 나가게 되었는데 학원강사를 하다보니 직접 학원을 운영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아내에게 이야기하니 아내가 펄쩍 뜁니다.
강사로 있는 것이 시간도 많고 신경 쓸 일 없으니 그냥 몇 년만 함께 고생하자는 거였습니다.알았다고 하고 한 달 정도 지났는데 후배가 몫 좋은 곳에 학원 자리가 나왔으니 2층과 3층을 나누어서 같이 운영해 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여러모로 궁리하던 나는 아내 몰래 결혼하면서 들었던 연금을 깨기로 했습니다.물론 아내에겐 그냥 강사로 있고 후배가 학원을 운영하는 것이라 했습니다.그때 제가 개인적을 갖고 있던 300만원에 연금을 해약한 것 7백만원을 합쳐 천만원을 보증금으로 걸었습니다.제 생각에는 그동안 고생시켰으니 얼른 벌어서 더 좋은 적금을 들어주마 생각하였지요.내 앞으로 계약을 했고 내 통장에서 자동이체가 되어있으니 아내 모르게 해약을 하였습니다.그새 제일생명이 알리안츠로 바뀌어 있더군요.개원식을 하고 밤늦도록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람도 느끼고 수강생도 점점 늘어갔습니다.차량도 한 대 더 사서 두 대를 운영하며 안정을 찾아가던 어느 날 또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학원 건물이경매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겁니다.하늘이 노래지더군요.후배말만 믿고 건물에 근저당권이 있는지 확인 안한 것이 큰 화근이 되었습니다.선순위자에 밀려 속절없이 한푼도 못받고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8개월만에 쫓겨나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습니다.한 번 거짓말을 하고나니 점점 늘어나는 것은 거짓말 밖에 없더군요.아내는 늘 연금은 잘 붓고 있지 하고 물어보면 '그럼'하고 거짓말을 하곤 했습니다. 한 번 휘청거린데다 후배와 의견차이가 심해지면서 동업한지 2년만에 결국은 학원을 접게 되었습니다.
학원을 접으니 천만원이 빚으로 남더군요.애당초 투자했던 보증금까지 합하면 2천만원이 되었습니다.
당장 이자가 나가게되니 학교 방과 후 선생님으로 나가고 남는 시간에는 과외를 하면서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나가다 보니 집에는 늘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3년간 원금을 갚고 났을 때 였습니다 .이번에는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 팔렸다며 새로운 주인이 나가라고 하더군요. 묘하게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라 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부랴부랴 다른 곳에 가게를 옮기는데 인테리어가 되어 있지 않았더군요. 아내가 연금적금 대출을 받자고 하더군요.그것이 이자가 제일 싸다고......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습니다. 이제 겨우 갚았는데.....
할 수 없이 갚은 곳에서 다시 대출을 내서 가게를 손수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것이 연금 깬지 10년이 지났습니다.그동안 연금도 다 날리고 아직도 인테리어 하느라 빌린 돈은 갚지도 못하고 있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이다. 역시 아내 말을 듣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뒤늦게 깨닳았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는 것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아 그러나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었습니다 .한 달 전인가요? 오후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가게에 알리안츠 생명에 다니는 젊은 사람 둘이 왔었는데 연금얘기를 했더니 알아봐준다면서 제 주민등록번호를 불러달라는 것이었습니다.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잠시 생각하다고 체념하듯 불러주고 나니 저녁에 아내가 묻습니다.연금보험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솔직히 말하라고 ....내일 알리안츠에 가서 확실하게 알아 보기 전에 사실대로 말하라는 것입니다. 10년간 아내를 속인 것을 털어놓았습니다.그동안 마음 한 편에 쌓였던 불안감을 털어놓으니 오히려 후련해지더군요.....내가 후련해지는 만큼 아내는 격앙되었습니다. 차라리 대출을 받지 어떻게 그것을 깰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10년간 나를 속이면서 어떻게 나와 함께 살았냐며 억울하다고 엉엉 울더군요.속 썩여 고향을 떠났더니 이제는 거짓말로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다고......10년동안 바보처럼 당하고만 살았다고.....그러면서 이러더군요 아이들 때문에 이혼은 하지 않겠지만 내 마음에서 당신을 지우겠다고.....그러고 뚝 입니다. 다음날 부터 아내가 몰라보게 냉담해졌습니다.아이들에게는 살갑게 대하면서도 내게는 너무나 퉁명스럽습니다. 지은 죄가 있으니 대꾸해봐야 더 큰 화살이 날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기로 했습니다.안방도 출입금지 당했습니다.연금을 깬 죄로 사랑방에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내의 화가 풀릴 때 까지 기다려야 할 텐데.....참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10년을 속였으니 10년을 이렇게 견뎌야 할까요? 지금 이 시간에도 아내를 속인 죗값을 달게 받고 있는 중입니다.
부부간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거짓말이 거짓말이 낳아서 나중에는 치유하기 힘든 상처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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