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사러 어촌 마을로 가는 이유

2008. 4. 25. 11:51세상 사는 이야기

내가 사는 곳의 행정구역은 00시다.그렇지만 나는 약을 사러 4km가 넘는 인접 00군으로 간다.
시에는 의약분업 예외지역이 없기 때문이다.사람들은 대부분 병원을 찾아가지만 나는 큰 병이 아닌 경우에는 먼 약국을 마다하고 간다. 처음 의약분업이 되었을 때는 나도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타곤했다.
그런데 갈때마다 사람기다리는 것에 지치고 약을 타러 가서 또 기다리는 것이 너무나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시간을 쪼개 쓰는 사람에게 기다림은 너무나 짜증나는 일이다.물론 내 건강 지키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하는 사람 있을지 모른다.그렇지만 특별히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늘 감기 아니면 몸살인데 1~2시간씩 기다리다보면 없던 감기와 몸살이 올 것 같아서 의약분업 예외지역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곳은 집에서 4km정도 떨어진 어촌마을에 있는 약국인데 약사가 친절하고 한의학에도 조예가 깊었다.병원에 가서 처방받은 약보다 아내는 이집 약이 잘 듣는다고 하였다. 약사는 운전을 하는 분이냐 직업은 무엇이냐 나이와 성별등 꼼꼼히 따져본 후에 약을 지어주는데 정말 생각보다 잘 들었다.병원에서 주는 약보다 오히려 세밀하게 더 신경써 주고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이 꼭 봉사하러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은 2000년9월 의약분업이후 병·의원과 약국을 함께 이용하기 어려운 도서 지역 등의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정·운영하고 있으며 의사의 처방전이 없이도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으며, 의사 역시 의약품을 직접 조제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이런 제도를 악용해 이익을 남기려는 병·의원과 약국이 늘어나고 실제로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전문의약품을 맘껏 살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의약분업 예외지역만을 찾아다니며 영업하는 약국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약국을 운영해온 약사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많이 불편했다고 한다.꼭 약을 비싸게 파는 장사꾼처럼 비춰지고 또 약을 덤핑하듯 파는 곳도 있어서 직업에 대해서 회의를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이런 어촌 마을은 신뢰가 없으면 약국을 못합니다."
"이웃에 누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그 사람은 어느 곳이 불편한지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 있지 않고 또 이윤이나 남기려고 약국을 한다면 무엇하러 이곳에서 하겠어요.편하게 도회지로 나가서 약국을 하는 것이 낫지요."
 모든 생활이 불편하지만 내가 처음 약국을 시작한 곳이고 또 정든 만큼 이곳이 마음 편하다는 약사님 .....약사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릴 적 외할아버지가 생각난다.동네 딱 하나 밖에 없는 약국은 그야말로 동네 휴게실이나 다름 없었다.외할아버지는 늘 마을 사람들 상담해주기 바쁘셨고 그것을 즐거워 하셨다.
당뇨 때문에 오래 사시지는 못했지만 외할아버지처럼 지금 다니는 약국의 약사님도 너무나 편안해 보이고 마을 사람과 이웃사촌처럼 지내는 모습이 너무나 좋아 보였다.
사실 의약분업이 되면서 병원은 너무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한다.감기 몸살 환자든 관절염 환자든 오는 순서대로 앉아서 기다리다 보면 성질 급한 사람은 지레 숨 넘어 갈 정도다.
종합병원이나 큰 병원이 없는 지방 소도읍에는 병원도 단골병원이 있고 약국도 역시 그랬었다.그런데 의약분업이 되고 나서 이런 것들이 사라져버렸다.사람들로 붐비고 진료시간도 짧아졌다.친절하게 차근차근 해주던 병원의 모습이 아니다.물론 대의적인 명분으로 의약분업이 된 것은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 불편한 의약분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