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할아버지 거짓말하면 나빠요!

2008. 4. 22. 08:14세상 사는 이야기

며칠 전 볼 일이 있어 시청에 갔다가 눈에 띄는 포스터가 하나를 보았다.
아이들 사진이 실려있고 대통령 할아버지 거짓말하면 나빠요! 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시청에 이런 벽보가 붙은 연유가 무엇인가 가까이 가보니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글인데 공무원 연금을 조정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개악이라며 총파업할 것을 예고하는 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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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을 그대로 옮겨보면

사랑하는 아빠에게

아빠 저 희정이예요.
대통령 할아버지는 왜 자꾸 아빠를
나쁘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는 아빠를 무지 싫은가봐요.
늦게 오는 건 싫지만 희정이는 아빠가 무지무지 좋아요.
근데 요즘 아빠가 이상해졌어요.
뭔지 아세요?
연금이 뭔지 모르지만 텔레비젼에서 그 내용이 나오면
아빠는 담배만 피우시며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13평짜리 아파트에 살아도
희정이 지혜만 있으면 행복하다던 아빠였는데요.
요즘은 아빠 어깨가 축 처져 있답니다.
대통령 할아버지는 정말 나빠요
우리 아빠를 너무 힘들게 하니까요
그리고 매일 아빠만 못살게 하잖아요
아빠, 그래도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그래 뭔일인고 해서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공무원 연금에 대한 개정안을 놓고 공무원 노조가 연대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투쟁기금 50억을 모금한다는 기사와 함께 투쟁방안은  정부의 인위적인 인력감축과 사유화 정책으로 불거질 대규모의 구조조정에 맞서 조합원의 생존권을 사수하고 노후생활 파탄 낼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해 다 함께 투쟁을 준비하고 현장을 조직해야 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투쟁 경험뿐만 아니라 동물의 세계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생명을 노리는 사자에 맞서 싸우는 물 소떼나 얼룩말은 힘이 강해서가 아니라 무리를 이루어 단결로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처럼 간부들의 헌신과 실천을 통해 조합원은 단결과 참여로 화답할 것을 바라고 있었다.

지금까지 연금 개정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선뜻 손을 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국민연금 가입자는 공무원연금 가입자에 비해 많은 희생을 강요당해 왔고 그만큼 연금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공무원연금은 기금이 이미 고갈돼 모두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내 연금보험료 내기도 힘든데 공무원연금까지 책임져야 하냐는 불만의 소리가 많았다

2000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은 향후 적자가 발생하면 전액을 국가에서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분노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보험료 인상과 급여 축소 등 자구책을 요구하면서 정작 공무원들은 고통 분담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기금이 고갈된 군인연금 역시 정부에서 적자를 메워 주고 있고, 사학연금도 기금 고갈이 되면 적자 보전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이른바 ‘새경론(論)’을 제기한다. “걸핏하면 공무원을 국민의 ‘머슴’이라고 하는데, 새경을 제대로 줘야 할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연금 재정위기의 원인은 △정부보전금이 지나치게 적고 △정부의 방만한 기금 운영 △1997년 외환위기 때 단행한 공무원 일시 감원 등으로 ‘공무원이 적게 내고 많이 받기 때문’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출처:동아일보>

공무원연금은 1993년 처음 적자가 발생한 이후 1996년과 2002년을 빼고 매년 큰 폭의 적자가 발생했으며 적자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추정에 따르면 재정적자는 2005년 6096억 원에서 2010년 2조7932억 원, 2020년 13조8126억 원으로 늘어나며 2030년에는 32조4810억 원으로 불어난다. 지금대로라면 2030년에는 정부 예산의 5% 정도를 퇴직공무원의 연금 지급에 써야 하며 공무원연금 지급액의 75%를 정부에서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특수직연금 개혁은 당사자의 반발이 워낙 거세 공개적인 토론 자리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한 대학 교수는 “일전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장했다가 ‘밤길 조심하라’는 등 협박 전화에 밤낮으로 시달렸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결국 연금 개혁은 공무원들이 주축이 돼야 하는데 자신의 이해가 걸려 있는 것부터 개혁하기는 불가능할 하기 때문에 국민연금 개혁이 이뤄지고 나면 공무원연금도 더는 개혁을 미룰 수 없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그동안 국민연금을 개정해 했고 이제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는 것도 더 이상 늦춰서도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금의 취지에 맞게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연금재원 범위내에서,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재원 범위내에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모자라는 공무원연금의 재원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여 줌으로서 국민연금 가입자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공무원 연금 개정안을 내놓을 정부와 그것을 개악이라며 저지하려는 공무원 노조와의 싸움에 관공소 곳곳마다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렇지만 투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늘 불편하다.
공익과 공공을 기반으로 하는 파업과 투쟁의 최대 피해자는 늘 국민이고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 역시 국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