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21. 08:38ㆍ세상 사는 이야기
만약에 요즘 '자궁을 빌려드립니다' 이런 광고를 게재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수많은 여성과 단체로부터 표적이 되고 그 광고를 게재한 언론 역지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로 본다면 씨받이라 볼 수 있는 이런 일들이 여성 해방을 부르짖던 1970년대 미국이나 일본에서 구직광고로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뿌리 깊은 아들 선호사상으로 오래 전 부터 씨받이나 씨내리가 공공연히 이루어 지고 있었다.
장손의 경우 아이가 없을 경우 남편의 결함 혹은 부인의 결함에 따라 씨받이 혹은 씨내리가 이뤄지곤 했다.
남자에게 결함이 있을 경우는 사랑방에 숙소를 빌려쓰고 있는 소금장수나 박물장수등 뜨내기 상인에게 돈을 주고
야밤에 아내의 방으로 들여보냈다.
물론 남편과 아내의 묵계에 따라서 이루어진 일이지만 시댁에서의 강요가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여자에게 결함이 있는 경우는 첩을 들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문의 체통상 첩을 들일 수 없는 경우에 씨받이를 통해서 대를 이으려고 하였다.
대개의 경우 씨받이를 하는 여자들은 가난한 과부이거나 선무당 사내아이를 많이 낳아본 천민의 여자들을 통해서 비밀리에 이루어지곤 했다.
영화 강수연 주연의 '씨받이'가 그런 일례를 잘 나타낸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조금은 다른 것 같다. 무조건 사내아이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갖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 광고를 통해서 아이를 낳아줄 사람을 찾았다고 하는데 1971년 주간조선에 실린 기사에는 '미국 일본에서 벌어지는 별난 구직광고'라는 부제아래 '자궁을 빌려드립니다'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그속에 나타난 실례를 보면
일본 여성 논조에 다미꼬는 나이가 21세로 신주꾸의 양품점에서 여점원으로 월급은 4만8천원을 받는다. 학교는 중졸이고 신장 152에 체중 52kg이고 단칸 아파트에 산다.
이런 다미꼬의 자궁을 빌린 사람은 42세의 건축회사 사장으로 그의 아내는 5년전 유산한 뒤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첩을 들여서 가정을 파괴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백방으로 자궁을 빌려주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그렇게 이어진 것이 다미꼬인데 다미꼬는 소비벽이 있어서 늘 돈이 많았으면 좋다고 생각해왔고 나중에 작은 김밥가게점을 열고 싶어 했으면 결혼은 26세에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민 끝에 다미꼬는 자궁을 빌려주기로 하고 흥정을 시작했다. 우선 대여료는 2백만원으로 정해졌다.
임신을 하게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고 출산 후에도 일정기간 조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15개월로 계산했다.15개월의 생활비로 1백만원 산모로 겪어야할 고통과 수고비로 1백만원 해서 2백만원으로 결정하였다.
물론 계약시에는 건축회사 사장과 그의 처도 입회하에 이루어졌다.
계약조건 속에는 자궁을 대여해주는 이외에 둘 사이에 정이 들지 못하게 하는 가혹한 제한(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언급되지 않음)을 두고 또 아이를 낳고 난 후 아이를 넘겨주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제한 사항을 따로 두었다.가장 어려운 부분은 만약 장애아를 나았을 경우인데....고민끝에 결국 설마 그릴리가 있겠는가 하며 조건에서 제외하였다고 한다.
이 기사에는 법률상의 문제는 별로 없다. 무리해서 저촉시킨다면 공공양속에 위배되는 일인 것은 확실하지만 은밀히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법률가가 해석했다 라고 되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풍습 씨받이와 씨내리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다른 행태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정자은행이다. 물론 씨받이와 씨내리를 대신해서 생긴 것은 아니겠지만.......
정자은행은 사람으로부터 사출된 정액을 인공수정이나 연구에 사용하기 위해 저장하는 곳으로 정자의 생존을 연장시키기 위해 적당한 희석액을 정액에 가하거나 저온에서 정자를 동결시키는 방법이다. 동결시킨 정액은 1년 이상 보존이 가능하다. 정자은행의 정자는 주로 불임 여성을 위한 인공수정에 쓰이는데 여기에는 생물학적 아버지와 양육을 맡은 아버지 사이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또 일부에서는 인공수정 자체를 일종의 간통으로 비난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의 야기를 방지하기 위해 인공수정을 실시하는 병원들은 정자 기부자들의 신분을 숨기고 있으며, 정자은행의 정자와 양육을 맡은 아버지의 정자를 섞어 두 아버지 사이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법적인 문제를 예방하고 있다.그러나 현재로서는 정자의 매매 즉, 돈으로 정자를 사고 파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자를 기증 받는 사항에 관한 법률 자체가 없다.
결혼의 유무를 떠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 받는 것에 관한 조건 사항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현재 생명윤리법에서는 시험관아기 시술과 같은 체외수정의 경우 배아를 생성하는 기관이 정자와 난자 채취할 때 배우자와 본인에게 서면동의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배우자가 있어야만 하는 조건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다.
체외수정일 때 정자의 기증 받기 위해서 배우자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해석에는 무리가 있다.
어찌 되었든 예전의 씨받이나 씨내리 그리고 현재의 정자은행을 통한 방법 역시 도덕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한국에만 씨받이 씨내리가 있었다고 알고 있던 내게 여성 해방 운동이 거셌던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이런 일들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었다는 1971년 주간 조선의 기사는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에서 담아온 꽃풍경 (0) | 2008.04.21 |
---|---|
제조업에는 투자 안합니다 (0) | 2008.04.21 |
사라진 고향의 맛 막걸리를 추억하다 (0) | 2008.04.18 |
환경오염 물질 cd 버려도 될까요? (0) | 2008.04.16 |
블로그 매력에 푹 빠지다. (0) | 2008.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