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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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했던 어미개 잘 자랐습니다.
지난 해 가을 고향에 있는 어미 진돗개 이야기 '눈물겨운 어미개의 모정'이라는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습니다. 풍산개 아빠와 진돗개 어미 사이에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그중 한 마리는 낳자 마자 죽고 일곱 마리의 새끼들이 남았었습니다. 다행히 남은 일곱 마리의 강아지는 건강하게 잘 자랐는데 시도 때도 없이 젖을 빨아대는 새끼들 때문에 점점 야위어 가는 어미개를 보며 팔순 아버지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추석이 일주일 남았을 무렵 고향에 갔다 야윈 어미개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었습니다. 사료와 함께 생선을 푹 삶아 주는 데도 자꾸 살이 빠져 걱정이라는 팔순 아버지는 농사일만 아니면 젖을 떼고 우유를 먹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추석이 지난 얼마 후 어미를 위해 새끼들을 모두 마을..
2010.02.20 -
유난히 우울한 소식이 많았던 추석 고향 이야기
올 추석은 유난히 짧아서 그런지 추석같지 않고 주말에 집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명절이었습니다. 추석 전날인 금요일 저녁 고향에 갔다 아침 성묘를 다녀온 후 오후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 마음이 무겁고 쓸쓸했던 추석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추석 무렵이 되면 동네를 돌며 밤을 줍고 대추를 따러 다니기도 했고 친척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기대로 늘 들떠 있었습니다. 일년중 가장 풍성한 음식이 차려지는 추석에 어머니와 함께 빚던 송편과 엿기름으로 돌돌 무친 강냉이 강정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3년전 아들만 사형제 키우시느라 고생만 하시던 어머니 돌아가신 후 혼자 남으신 팔순 아버지는 외로움 때문이신 듯 부쩍 말수도 적어지고 기력도 몰라보게 쇠약해지셨습니다. 중국과 ..
2009.10.04 -
추석이면 생각나는 추억의 특선영화 한 편
요즘은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아니다 TV나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 보긴 한다. 그렇지만 직접 영화관을 찾아가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지금이야 대형 상영관이 생겼지만 지난해 까지만 해도 시장에 있는 작은 영화관 하나가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추석이 다가오면 늘 기억나는 영화가 한 편 있다. 아마도 어릴 적 시골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나와 같은 경험이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 내가 살던 마을에는 시골이었지만 군부대가 많아서 멋드러진 극장이 하나 있었다. 당시에 읍내에서도 이런 영화관을 보기 힘들 정도로 멋진 극장이 촌에 생겨 생각지도 못한 호사를 누린 것은 마을 사람들이었다. 문화적인 혜택이라고는 누릴 것이 없는 당시 극장이 생기면서 영화를 통해서 ..
2009.09.30 -
우리집 명절증후군 원인 알고 봤더니....
내일이 민속의 명절 설날이다. 설날이면 여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며느리는 물론이요 심지어 어머니까지 음식 장만하랴 밥상 차리랴 늘 분주해서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한다.특히나 맏며느리 같은 경우는 먼저 시댁에 달려가 설차례상과 각종 음식을 준비하느랴 바쁘고 그 아래 동서들도 오는 손님들 상 차리고 뒷치닥거리 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우리집은 아들만 사형제인데 모두 결혼을 해서 며느리가 넷이다. 명절 때면 아들은 친구들을 만나러 모두 밖으로 나가고 며느리들만 남아서 각종 음식을 장만하곤 한다. 동창들을 자주 만나지 못한 터라 한 번 나가면 열 두 시가 넘어서 들어오거나 새벽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고 아침에 여자들이 차려준 밥상에 앉아 밥을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
2009.01.25 -
70년 넘은 동네 방앗간 터를 둘러보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소중하다. 그것도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을 다시 보았을 때의 기쁨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더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추억이나 그리움의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미 현실에 남아있는 것들이 별로 없어 아쉬울 때가 많다. 내가 살던 고향도 이미 어릴 적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커다란 미루나무도 베어지고 길도 모두 없어지거나 새로 나고 집들도 사람도 모두 변해버렸다. 그래서 고향에 갈 때면 늘 아쉬운 마음이 들곤 했는데 이번에 우연히 춘천을 다녀오는 길에 그 추억 한자락을 엿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곳은 초등학교 다닐 때 방앗간을 하던 곳인데 1년 후배의 집이었다. 그때 비포장 도로였던 이곳은 가락재 고개와 느랏재 고개를 넘어 춘천으로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험해사 한번 ..
2008.09.19 -
팔월 한가위가 불편한 사람들
사람마다 기구한 사연을 간직한 사람이 참 많습니다. 가정불화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도 있고 사업에 실패한 후 절치부심하며 재기하려 몸부림 치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생의 포기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풍경이 낯선 일이 아닌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네 현실인데 이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명절은 소외감과 불편함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합니다. 이번 추석에도 고향에 갈 수 없거나 가기 불편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박사장님은 7년전에 사업에 실패하고 재기를 노리는 사람입니다. 더 이상 실수하면 안된다며 꼼꼼하게 사업을 준비중인데 ....명절이 다가오자 안절부절 못합니다. 6월에 특허를 내기 위해 받았던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지막 남은 집을 팔고 가족이 뿔..
2008.09.12 -
불시착한 사마귀를 관찰하다
추석이 가까워지니 제법 날씨가 쌀쌀합니다. 물론 낮에는 아직 뜨거운 가을 햇살에 그을리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가을이 좋긴 좋습니다. 그런데 가을이 못마땅한 녀석도 있었나 봅니다. 아내의 가게에 에어콘이 고장나 새로 설치하느라 밤늦도록 고생했는데 저녁이 되자 날이 추운지 사마귀 한 마리가 가게 안으로 날아들었습니다. 아마도 불빛을 따라 들어온 듯 햇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게 안으로 들어온 사마귀의 표정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가게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여성용 부츠에 앉았는데 앉고 나서 내가 왜 이곳에 들어온걸까? 하고 고민하는 눈치였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금새 숨었다 다시 얼굴을 빼꼼히 내밉니다.사마귀가 이렇게 예민한 곤충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계속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사마귀.....제 머리를 ..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