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입니다.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온 아내가 기운이 없다며 쇼파에 풀썩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직감적으로 또 무엇인가 힘든 일이 있었구나 생각한 나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왜 또 누가 당신의 심기를 건드렸어?"
"아니"
"그런데 왜?"
"응,오늘 마지막 손님이 왔다가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다 눈물을 흘렸더니 힘이 쭈욱 빠지네...."
"도대체 무슨 이야기였는데 그래..."
"응 며칠 전에 여중생이 모 아파트에서 투신을 했대...그리고 어제 장례를 치르기 전에 학교에 잠깐 들렸을 때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이 눈물 바다를 이뤘데......"
아내가 손님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며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투신한 여중생은 올해 중학교 1학년이었다고 합니다. 워낙 재주가 많아서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는데다 공부도 전교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수재였다고 합니다.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성격도 쾌활하고 재주도 많아서 모든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남들이 하나도 갖기 어려운 재주를 골고루 갖추고 성격도 좋으니 어느 누가 좋아하지 않겠냐며 그런 학생이 갑자기 아파트에서 투신자살 했다는 소식에 학생들과 선생님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 시험 열시간 전 by Pengdo-oing |
투신하고 난후에 주변 친구들을 통해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성적에 대한 중압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 전교 1~2등을 오가던 학생은 중학교에 입학 후 성적이 조금 떨어진 것 때문에 부모에게 꾸지람을 들었고 늘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옆의 친구는 죽기 얼마전까지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림만 그리고 약간 우울해 보였지만 설마 투신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성적은 떨어지면 안되고 성적을 올리자니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지 못해 혼자 고민하다 결국 학기말 시험을 앞두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부모와 친구 그리고 선생님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 마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보다는 성적으로 줄세우는 한국의 사회풍토가 어린 여학생을 죽음으로 내몬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번 일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오래전에 손님 친구도 성적 때문에 자살한 일이 있었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고 합니다.
두 자매 중에 동생이었던 친구는 늘 공부를 잘 하는 언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부모로 부터 성적을 비교 당할 때 마다 괴롭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성적표를 받는 날이면 늘 집에 들어가기 싫다던 친구는 결국 시험을 며칠 앞두고 집을 나가 두 달만에 발견되었는데 결국 자살로 판명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늘 공부 잘하는 언니에게 성적을 비교 당하다 가출을 하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친구.... 지금도 그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겨 슬프다는 손님의 말에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는 아내....
성적지상주의의 볼모가 되어 청소년 시절을 획일적으로 보내야 하는 학생들...부모와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학생들이 성적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 제목처럼 앞으로는 학생들이 성적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런 불행한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