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 위에 둥지 튼 아찔한 제비집
2012. 6. 1. 06:00ㆍ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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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제처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습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 다시 쏟아지고....그러기를 반복하는 날씨 때문에 현장에 나가기를 포기하고 사무실에서 잡무를 보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기 위해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사무실이 5일장이 열리는 시장과 가까워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오늘은 비가 내려 순대국밥을 먹기 위해 시장국밥집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비가 잠시 그쳐 바쁜 걸음으로 재촉하는데 시장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함께 가던 형님이 무언가를 가리키더군요.
"저기 시장 입구 전등 좀 봐?"
"전등이 왜요?"
"전등 위에 제비집 지은 것 안 보여?"
워낙 구경할 것이 많은 시장이라 좌우만 두리번 거리며 걸어가다 형님이 가리킨 곳을 보았는데 멀어서 그런지 잘 안보이더군요.
"가까이 와 봐 전등 위에 제비가 있어..."
좀 더 가까이 다가서니 정말 제비집과 함께 제비집에 앉아 있는 제비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아니, 위험하게 전등 위에 집을 지었지?"
"그러게 저러다 전등이라도 켜는 날엔 알과 새끼들을 어쩌려구...."
호기심에 시장 반대편으로 가보니 그곳도 똑같이 전등 위에 집을 짓고 새끼들을 품고 있었습니다.
옆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께 여쭤보니 유독 이곳 시장에만 제비들이 집을 많이 짓는다고 하더군요.
알을 품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제비가 먹이를 물고 올 때 까지 기다리는지 요지부동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입구라서 분비물이 떨어질텐데 왜 그대로 두는 걸까?.
그런 궁금증은 순대국밥을 먹으면서 식당 아주머니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모두 풀렸습니다.
처음에는 저녁시간이면 어김없이 전등불을 밝히곤 했는데 몇 해 전 부터 제비들이 날아와 집을 지으면서 불을 켜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것처럼 침체된 재래시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제비집을 그대로 놓아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인근 슈퍼 앞에는 혹시 이물질이 떨어질까 전등 아래 받침대를 매달아 둔 곳도 있었습니다.
또 의류점을 하는 상인은 궁여지책으로 제비들이 집을 지을 수 없도록 종이로 등을 싸매 놓았습니다.
요즘 제비 보기 흔치 않은 일인데 이곳 시장에서는 어디를 가나 쉽게 제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제비를 위해 전등을 내어준 상인들.......
그 마음이 제비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흥부에게 전해준 박씨는 아니더라도 재래시장이 활성화되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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