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에게 보내는 양심 경고문

2012. 5. 22. 06:30세상 사는 이야기

갑자기 여름 날씨로 변한 탓에 벌써 사무실에서는 선풍기를 돌리고 있습니다.
아직 에어콘을 돌릴만큼 무덥지는 않지만 사무실에 있으면 답답해 가끔 운동삼아 시내를 한 바퀴 돌곤 하는데 지난 19일 오일장이 열리던 날 장구경을 하다 낯선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그곳은 평소에 다니지 않던 곳이라 낯설게 느껴졌는데 중간에 야식집 앞 화단에는 꽃대신 상추와 쑥갓 고추를 심어 놓았더군요.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한 아주머니가 지나치다 나를 보며 묻더군요.
"뭘 구경하세요?"
"아니 화단에 심어놓은 채소가 잘 자라서 보고 있는 중이예요..."
그러자 아주머니가 그러더군요.
"에구, 보기에는 잘 자라고 있지만 알고 보면 더러워요...
"아니 왜요?"
"밤만 되면 술취한 사람들이 지나다 하두 오줌을 갈겨서 알고는 못먹어요.."
"거름을 주어서 더 잘 자라는 건 아닐까요?"
"글쎄요 그걸 거름이라고 얘기하니 할 말이 없네요...ㅎㅎ.."
아주머니와 대화를 끝내고 갈길을 재촉하는데 눈앞에 이상한 벽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압가스 보관고에 붙여놓은 경고문은 다름 아닌 도난 당한 화분을 찾기 위해 주인이 붙여 놓은 경고문이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화분을 훔쳐가는 것이 cctv에 찍혔으니 양심껏 자수하여 광명 찾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경고문을 찬찬히 읽어보니 어디사는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 양심적으로 사과하고 화분을 원위치 시켜 놓으라는 내용이더군요.
주변을 둘러보니 건물 위쪽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얼마나 화가 나고 분하면 이런 경고문을 붙였을까 이해가 되더군요.
주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을 보면서 화분을 가져간 아주머니가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