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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아내 마음을 녹인 비타민 한 알

2010. 11. 13. 08:38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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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뿔났다!

연말이 가까워 지면서 집안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수능을 목전에 둔 고3 아들 때문에 바짝 긴장한 탓도 있을테고 또 이사를 해야하는 부담 때문에 아내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 졌습니다.
이럴 때는 몸을 낮추고 가정에 좀더 충실해야 하는데 사업한답시고 늘 저녁 늦게 들어오고 또 과음을 하니 어느 누군들 좋아하겠습니까.
그렇게 혼자 끙끙대던 아내가 몇주전 갑자기 폭발했습니다.
그날도 친구가 저녁 내기 당구 한 게임 치자고 시작된 것이 밤 12시를 훌쩍 넘겨 들어왔습니다.

아이가 공부중이라 꾹꾹 참고 있던 아내가 다음날 등교한 후에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몇년전 사업에 실패하면서 그동안 모았던 전재산을 모두 날린 일....
주변 사람의 꾐에 빠져서 아내 몰래 투자했던 10년전 대우전자 주식까지....
줄줄 쏟아내며 그런 일만 아니었으면 지금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며 따지는데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입안에서만 맴도는 말 미안해.....

아내가 바라는 것은 같이 맞벌이를 하니 수능이 가까워진 고3 아들을 위해 저녁 일찍 퇴근해서 아이를 돌봐달라는 것이었는데 그동안 사실 너무 소홀했습니다.
조목 조목 따지는 아내에게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고 또 되지도 않게 성질 부리다간 큰 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에 선생님께 꾸지람 듣는 아이처럼 가만히 있었습니다.
사실 미안해 이말 한 마디면 아내도 그리 화를 내지 않았을겁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그말이 그렇게 안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간 뿔난 아내의 화가 풀리지 않습니다.
진작에 아내의 말을 들었으면 이렇게 혹이 되지 않았을텐데..
냉랭한 집안 분위기가 지속되니 정말 후회막급입니다.

고민 끝에 아내의 도시락을 싸며 비타민 한 알을.....

고민 끝에 인터넷으로 비타민 두 통을 샀습니다.
사실 아들을 때문에 살려고 했는데 아내 것도 한통 더 시켰습니다.
다음날 택배로 비타민이 도착했고 아침마다 싸주던 아내의 도시락 위에 비타민 한 알을 올려놓고 먼저 출근을 했습니다.
아내는 가게를 하느라 저녁에는 늦게 들어오고 아침에는 나보다 늦게 출근합니다.

일주일이 지났을까요?
서울에 물건을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아내가 내옷을 두벌 사주더군요.
"괜찮아 나 입을 거 많은데 뭘..."
"겨울에 겉에 입을 옷이 없으니 자켓 하나 입어봐..."
'아, 그동안 내가 반성한다는 뜻으로 날마다 챙겨주던 비타민 한 알이 효력이 있었나 보구나...'
부부란거 참 묘합니다. 한번 말문이 터지면 급속도로 관계가 호전됩니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가화만사성

사실 집에 비타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있어도 늘 잊고 먹지 않다가 유효기간을 넘겨 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건망증이 워낙 심해 챙겨 먹지를 못하는 아내....

도시락 위에 놓여진 비타민 한 알 속에 
'여보, 미안해....앞으로 잘 할게...'
라는 나의 진심을 아내가 알아준 것같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앞으로도 아침마다 아내에게 비타민 한 알 꼭 챙기야 겠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술도 좀 자제해야겠습니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말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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