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아이가 던져준 빵 알고 보니....

2010. 9. 21. 14:48사진 속 세상풍경

추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 왔군요.
지금 이곳 영동지방은 아침 부터 소나기가 내리고 있습니다.
내일 까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보니 아마 올 한가위에 둥근 달을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지금 귀성을 하고 계시는 분들은 빗길 운전에 특별히 조심해야겠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아직 고향으로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류점을 운영하는 아내 때문에 명절이면 늘 전날 늦게 고향으로 향하곤 합니다.
비 때문에 오늘은 예전보다 조금 더 일찍 떠나려고 합니다만 외상을 수금해야 하고 대목을 놓칠 수 없는 아내의 마음을 돌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ㅜㅜ..

고향으로 갈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기다리는 동안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 속에서 지난 주 찍어놓은 사진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산진이 있었습니다.
지난 주에 강릉 주문진에 갔을 때 있었던 일을 사진으로 남겼던 것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슬그머니 웃음이 납니다.

가을 날씨가 화창했던 날 강릉시 연곡면 영진리를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다녀 오는 길에 주문진 해변도로를 따라 속초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주문진항을 지나고 아들바위에 들린 후 소돌해수욕장을 지나다 잠시 쉬어 가려고 차를 멈춰섰습니다.


소돌해수욕장에는 노상에서 오징어를 파는 분과 안면이 있어 자주 들리는 편입니다.
그분에게서 산 배오징어는 다른 곳에서 사는 것보다 육질이 두껍고 맛도 참 좋아 선물이 필요할 때면 전화를 하곤 합니다.
그런데 여름 해수욕장이 폐장한 때문인지 장사를 하지 않더군요.
그냥 차에 오르려다 해수욕장을 잠시 걷기로 했습니다.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과 푸른 바다를 보고 걸으니 마음까지 시원해지고 스트레스 다 날아가는 듯했습니다.
한참을 걷다 차가 있는 곳으로 올라서려는데 갑자기 서너명의 아이들이 내게 무엇을 던져 주곤 달아나더군요.

"아저씨, 빵 드세요..."


아이들이 휙집어던지고 간 문제의 빵입니다.
초코렛으로 얼굴을 그린 빵 한개가 데굴데굴 굴러 내앞에 멈췄는데 예전에 많이 먹었던 빵이었습니다.
얼굴이 그려진 빵은 아니었지만 작은 밤맛 빵도 있었고 제과점에서도 이런 빵을 자주 사다 먹곤햇었습니다.

'이 녀석들...빵을 이렇게 던져주면 어떻게 먹어....'


그리곤 손으로 빵을 집어 들었습니다.
어,...그런데 촉감은 빵과 똑같은데 이상한 고리가 눈에 띕니다. 
'빵이 아니고 목걸인가?....아니면 핸드폰 고리인가?'
이리저리 만져보고 나서야 아이들이 놀리려고 내게 던진 가짜 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소돌해수욕장과 닿아있는 신영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바닷가에 나왔다가 내게 장난을 친 것 같습니다.

'햐~~ 녀석들 어른을 놀려 먹다니....ㅎㅎ...'


제과점에서 지금도 팔고 있는 빵입니다.
깨만 떼어내면 내가 속은 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개구쟁이 시절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유독 장난이 심했던 친구들....
과일 서리에서 부터 동네 닭까지 훔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철부지들이 벌써 나이가 오십이 넘었군요....


아이들이 던져준 가짜 빵....
기분이 나쁘기 보다는 옛날 추억에 잠길 수 있게 해준 녀석들이 참 고맙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또 몇 명의 친구들이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잠시 후 떠나려는 고향 생각에 벌써 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여러분도 이번 추석 가짜 빵의 웃음처럼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