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갓집에서 꿔준 돈 왜 받기 힘들까?
2010. 9. 13. 09:37ㆍ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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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달라진 상갓집 풍경
요즘 부쩍 문상을 가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 주에도 친구 모친상에 다녀왔는데 장례식 풍경도 예전과 사뭇 다르게 간소화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상조회에서 모두 알아서 대행해주다 보니 예전처럼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품앗이처럼 돕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지만 아직 시골에는 슬픈 일을 당한 이웃을 돕고 가는 길을 지켜주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상갓집에 가면 하룻밤을 새고 오는 경우가 종종있다.
친구의 부모님이나 가까운 지인이 상을 당하였을 때는 장지까지 따라가 슬픔을 함께 하곤 하는데 상갓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카드를 하거나 화투를 치는 모습일 것이다.
상주 입장에서는 함께 밤을 새워주는 문상객들이 고맙긴 하지만 때로는 상갓집 전체가 마치 도박판이 된듯한 장면을 볼 때는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특히 카드나 화투를 치다 치고 받고 싸우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볼 때면 문상을 하러 온 건지 도박을 하러 온 건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주에게 돈을 빌리면 끗발이 좋다?
예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이때도 발인 전날 친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밤을 새우기 위해 여기저기 카드와 화투판이 벌어졌다.
그날 새벽 3시가 넘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밤늦게 외지에서 찾아온 문상객을 맞느라 사흘동안 눈을 붙이지 못하다 잠시 졸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이 아닌가
눈을 떠 보니 초등학교 졸업 후 난생 처음 만난 동창이었는데 난데 없이 돈을 꿔달라고 하는 거이 아닌가
"어이 상주...자네 돈을 좀 빌려 주게나....상주 돈으로 화투을 쳐야 끝발이 잘 산다고 하지 않나...."
"얼마나?..."
"30만원만 빌려 주게......내일 아침 아니면 다음에 송금시켜 주겠네...."
"알겠네...잠깐 기다려 보게....."
그리고는 지갑에 있던 20만원과 형님께 부탁해 30만원을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다음 날 아침 발인이 가까워질 무렵까지 화투판이 이어졌고 결국 친구는 빌린 돈을 몽땅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후 얼굴도 본 적 없고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다.
꿔줄 때 악착같이 받으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심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괜히 돈을 꿔줘 오히려 그 부담 때문에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노름 빚은 안갚아도 된다?
한달 전 고향 친구의 부친상에 갔을 때 일이다.
문상을 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데 동생 친구가 인사를 건넸다.
동생 친구는 가구점을 하는데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소문난 친구였다.
"아, 오늘은 정말 끗발이 안서네요....50만원을 순식간에 잃었어요..."
"끗발이 안설 때는 하지 마,,,그냥 여기서 술이나 한잔해...."
"형님,,,돈있으면 20만원만 꿔주세요....내일 송금해드릴게요...."
"돈이 없어서 안주는 것이 아니라 안될 때는 하지 않는게 좋다니까?..."
"내일 꼭 송금해줄테니 꿔 주세요...형님..."
결국 못이기는 척 또 꿔주고 말았다.
함께 노름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꿔준 것이니 바로 송금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이번에도 그 이후로 아무 소식이 없다.
물론 동생에게 전화해서 전화번호를 알 수도 있고 동네 친구들 통해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그냥 포기했다.
상갓집에서 돈을 빌려주었다가 떼인 경우는 비록 나뿐만이 아니다.
주변에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
상갓집에서 꿔준 돈은 왜 받기 힘든 걸까?
함께 노름을 하면서 빌려준 돈도 아닌데....
혹시 노름빚은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착각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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