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서 왕따 당한 할아버지 왜?

2010. 9. 7. 10:21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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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는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청소년에게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집단 따돌림 왕따죠.

왕따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지만 사실 내가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피해를 입은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이 배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에 바로 아래 동생 딸이 왕따를 당해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왕따를 당한 학교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빨리 전학을 갔으면 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전학을 시켜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왕따 문제가 청소년들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무실에 자주 들리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시는데 그 분도 경로당에서 왕따를 당한 기억이 있다고 하더군요.
할아버지가 왕따라는 말을 하시지는 않았지만 경로당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해 결국 다른 경로당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경로당에도 텃세와 왕따가 있다

사무실에 들리는 할아버지의 나이는 올해 74세인데 얼마전 암수술을 받고 서울을 오가며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암수술을 받기 전에는 세 곳의 경로당을 다녔다고 합니다.
경로당 세 곳을 나가게 된 이유는 음식점과 여관을 하면서 거주지를 옮기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고 몇해전 음식점을 그만둔 후에는 날마다 운동삼아 경로당에 들렸다고 합니다.

그중 한 곳은 토박이들이 많아 텃세가 아주 심하고 서열이 꽉 잡혀 있어서 마치 군대나 회사 같은 분위기 라고 합니다.
처음 그 경로당에 나가서 커피도 타고 담배 심부름과 주변 청소를 도맡아 하다 다른 후배(?)가 나오고 나면서 부터 조금은 편해졌지만 분위기는 늘 똑같다고 합니다.

또 다른 경로당은 서열이나 텃세보다는 돈이 많고 성격이 괄괄한 사람이 회장을 맡고 있는데 돈을 잘 써서 그런지 모두 그 사람 말이라면 고분고분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나이든 사람을 우습게 여기고 막대해도 눈치만 보며 참는 일이 많은데 보다 못해 회장에게 대들었다가 집단 따돌림을 당해 결국 그곳에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왕따는 자식에게 당하는 것

요즘 가장 자주 가는 경로당은 다른 두 곳에 비해 시설은 낡았지만 가장 정이 넘치는 곳이라고 합니다.
다른 곳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방이 따로 있고 서로 왕래를 하지 않는데 이곳은 서로 한 곳에서 고스톱도 치고 식사도 하고 술도 함께 마신다고 합니다.
세상 살아온 이야기, 자식 이야기 등등 가족과 주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어 너무나 편하다고 합니다.

다른 경로당은 가면 불편하고 빨리 나오고 싶은데 이곳은 있으면 함께 나누고 싶고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자식들 떠나고 혼자 사시는 분이 많다보니 서로 만나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즐겁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다 편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자식을 만난지 10년이 넘었다는 할머니 ....자식을 넷을 두었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독거노인으로 살고 있는 할아버지도 있는데 평소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는 한 할머니 말이 늘 가슴을 저민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식에게 왕따 당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슬픈 일이지요.... 자식에게 왕따 당하고 이곳에 나오는데 이곳에서 마저 왕따를 당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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