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꼴찌 아들을 바라보는 아빠의 기다림

2010. 8. 27. 10:26세상 사는 이야기

이제 아들의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도 아들은 태평하다.
이런 평온함이 걱정스럽다며 날마다 아내는 노심초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성적은 바닥인데 엉뚱한 곳에 더 열심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적지 않이 걱정은 되지만 이제껏 아들을 기다리고 믿어왔던 것처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요즘 아들이 가장 즐기는 것은 운동과 요리 그리고 책이다.
8km나 되는 영랑호를 밤낮으로 두 바퀴 돌고 컴퓨터를 하거나 독서 그리고 요리 삼매경에 빠져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어서 그런지 마치 목숨을 건듯 최선을 다한다.
아내는 그런 아들이 못마땅해 늘 잔소리를 해댄다
"지금은 공부를 그렇게 할 때야 아들...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
"알고 있어요 ...엄마 제가 알아서 할게요.."

사실 아들은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학원도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다닌 적이 없다.
기껏해야 독서실 몇 달 다닌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다 보니 고등학교 입할 할 때 성적을 검토해본 선생님이 실업계 고등학교로 갈 것을 권유했지만 아들 고집을 꺽지 못해 인문계 고등학교를 지원했고 결국 꼴찌에서 다섯번째로 들어가 아직도 하위권에서 헤매고 있다.

방목형 방임형 그게 그거지 뭐가 달라?

아내와 내가 가장 많이 다툰 것은 아마도 자녀들의 교육관 때문일 것이다.
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하며 교육에 대한 정보를 듣고 뒤쳐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내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내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는 한 그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

이런 내 교육관을 아내는 무책임한 방임형이라며 불만이 많다.
"여보, 그런 말야 방목형이지 방임형이 아니야..."
"아이들을 제멋대로 놔 두는 것이 방임이지 어떻게 방목이야..."
"방임은 돌보지 않고 제멋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지만 방목은 그게 아니야 이 사람아..."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아이들이 나쁜 길을 선택하지 않는 한 지켜보며 기다려 주는 것이 바로 방목형 교육이야..."
"세상에 그렇게 느긋하게 기다려줄 사람이 어디있어..."
아내와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보면 늘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를 맴돈다.

 스스로 느끼고 깨닳을 때 까지 기다리자

나는 아이들이 공부에 쫓기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자신이 즐기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을 찾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공부보다는 집안 일 돌보는 방법 스스로 밥하기 빨래하기 화초 가꾸기 여행하기 등 다양한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틈만나면 고향에 가서 농사일도 거들게 하고 방학이면 7박 8일간 노숙을 하며 자동차 여행을 다니기도 했는데 그속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느끼고 깨닫기를 바랬다. 


고 3 아들이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이다. 그동안 만화책도 좋아하고 여행서적 그리고 요리책을 즐겨보더니 지금은 앞날에 대한 인생지침서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두 달 전 군대간 큰놈이 보내온 편지 속에서 가장 기분 좋은 것은 바로 정신적으로 강하게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이었다.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군대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가장 기뻐한 것은 아내였다.
학교 공부는 꼴찌를 맴도는 하위권이었지만 사회에서만큼은 기죽지 않고 당당한 남자가 될 것이라 믿고 있는 나 역시 너무나 기뻤다.. 
"아들아 너는내게 있어 공부는 못해도가 아니라 공부만 못하고 다른 것은 다 잘하는 훌륭한 아들이다..."
이런 아빠의 진심을 두 녀석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가만히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