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아저씨가 애지중지하던 오리 목을 친 까닭

2010. 8. 23. 20:29세상 사는 이야기

아내는 쇼핑센타 안에서 작은 의류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에는 연세가 많은 경비 아저씨 한 분이 계신다.
올해 일흔 다섯인 아저씨는 고령인데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을 갖고 사는데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을 돕는 일에도 적극적이어서 쇼핑 상가내의 상인들이 모두 좋아한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성품 탓에 가끔은 이런 착한 심성을 이용해 주변 사람들이 돈을 꾼 후 갚지 않아 애를 먹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놀면 게을러 진다는 경비원 아저씨 취미는 낚시와 동물 키우기

경비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바닷가에 나가 낚시를 즐기곤 하는데 대부분 잡은 고기는 늘 이웃에게 나누어 주곤 한다. 
또 화초를 좋아해 집안 마당에는 포도나무며 키위 감나무 등 다양한 과일나무를 가꾸며 마당에는 강아지와 오리 토끼를 키우는데 가끔 경비 아저씨 집을 지날 때면 동물의 분비물 냄새 때문에 곤혹스러운데 아저씨는 별로 개의치 않고 동물 자랑에 열을 올리곤 한다.

                              <몇주전 태어난 토끼들.....좁은 마당에 50마리가 넘게 키운다.>

지난 주 토요일에는 아내와 함께 서울로 가기 위해 가게에 들를 일이 생겼다.
그런데 보안 설정이 되어 있어 쇼핑센터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경비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문을 열고 아내가 반품할 물건을 정리하는 사이 경비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2주전 새끼를 낳은 토끼와 강아지 이야기를 하다 예전에 키우던 오리 다섯 마리의 목을 자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애지중지 키우던 오리 목을 자른 이유는?

몇년 전부터 아저씨는 주변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남몰래 돕고 있었다고 한다.
물질적으로 도움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힘든 일이 있거나 잔심부름을 대신해주곤 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애지중지하던 오리 목을 자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도 경비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할머니 집에 들렀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 기척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 할머니가 피부가 검게 변한 채 방에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놀란 아저씨가 할머니를 흔들었지만 제대로 몸조차 가누지 못한채 가느다란 숨만 내쉬고 있었다고 한다.
놀라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바로 옆에 사는 할아버지가 급한대로 키우는 오리 피를 먹여보라고 했다고 한다.


예전부터 유황오리가 뇌졸중에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오리 생피가 뇌졸중에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잠시 망설이다 급한대로 먹여 보자는 할아버지의 말에 집으로 달려가 오리를 잡아 생피를 할머니입에 넣어 드렸다고 한다.
그러자 놀랍게도 잠시 후 할머니 의식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검었던 피부도 점차 좋아졌다고 한다.
그 후 두 마리의 오리를 할머니께 마저 드리고 다른 두 마리는 인근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에 모두 잡아 드렸다고 한다.

   약효를 떠나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 훈훈해.....

아들 둘이 있었지만 하나는 사고로 죽고 또 큰아들은 행적을 알 수 없어 병원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할머니....
만약에 경비아저씨 눈에 띄지 않았다면 돌아가셨을 것이라며 오리피 덕분인지 몰라도 아직 건강하시다고 한다.
올초 계획도로에 포함되어 할머니집이 헐려 요양원으로 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늘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의학서적에는 오리의 효능에 대해 중풍, 고혈압을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몸을 보양하고, 빈혈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할머니가 정말 오리피 때문에 약효를 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자신이 애지중지 기르던 오리 다섯 마리를 아픈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내놓은 아저씨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