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으로 몰린 동창생 알고 보니....

2010. 4. 5. 08:37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주에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었습니다.
졸업한지 37년만에 처음 열린 동창회에는 20명의 반가운 친구들이 참석을 했습니다.
그중에는 늘상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고 졸업 후 처음 만난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약속 장소에 하나 하나 들어서는 친구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저녁 식사와 함께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단연 화제가 된 이야기는 시골로 시집을 간 여자 동창생이었습니다.
졸업 후 소식을 알지 못했던 친구가 지난해 뜬금없이 동창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하며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이야기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뜬금없이 건설 중장비를 하는 친구에게 전화 한 통이 울렸습니다.
"장수니? 나 초등학교 동창 양은주(가명)야  기억나니?"
"아....은주 이름은 알겠는데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네 ....아무튼 반갑다..."
친구는 사실 이름과 얼굴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동창이라는 말에 짐짓 아는 척을 했다고 합니다.
"졸업 후 처음인데 그동안 친구들에게 전화 연락을 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뭐 ...나도 전화 연락을 하지 못하는데 뭐.."
"친구야...사실은 뭐 하나 부탁을 하려고 전화했어..."
"뭔데?"
"사실 이번에 내 아들이 처음으로 취직을 했거든.....00주간지 기자가 되었는데 회원 할당이 있나봐..."
"회원 할당?"
"응...00주간지 구독 회원 50명을 채워야 수습기자를 떼고 정식기자가 될 수 있나봐..."
"아들 일이니 나몰라라 할 수 없어 전화했어...꼭 부탁한다 친구야..."
조금은 찜찜하고 미심쩍었지만 동창 부탁이라 들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창회에 참석한 친구중 열명 정도가 똑같은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중 2년동안 구독을 했다는 친구도 있고 1년간 구독비를 한꺼번에 송금한 친구...또 다달이 지로로 보내주고 있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동창회 모임을 알리려고 친구들에게 메일과 문자 그리고 전화통화를 하던 동창회장은 친구들로 부터 이야기를 전해듣고 사정을 알아보았는데 결국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양은지의 아들이 00주간지의 기자도 아니고 전화를 걸었던 여자처럼 말도 잘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동창회에 모였던 친구들은 동창이라며 동정과 측은 그리고 거절하지 못하도록 속사포처럼 쏟아낸던 여자의 달변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억울하게 동창에게 사기를 친 꼴이 된 양은지는 이번 동창회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참석해서 본의아니게 피해를 당한 친구들에게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은 동창회 카페를 통해서 전화번호가 유출되었을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동창들의 마음을 역이용해 사기를 치는 사람들...
더 이상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